독서의 직업병 (3)

가두다 갇히다

by 철없는박영감
낙엽 가두다 갇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봤다. 독서를 하면 많은 것을 가두고, 많은 것이 갇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낙엽일 것이다. 빨갛게, 노랗게 예쁘게 물들었다는 이유로 주워서 책사이에 가뒀다가 썩지 않게 잘 마르면 코팅지에 갇힌다. 그리고 잃어버리지 않는 한 잘 보존되어 책갈피가 된다.


영감 떠올리다 떠오르다.


조금 복잡하게 생각해 봤다. 책을 읽다 보면 많은 것을 떠올리고, 많은 것이 떠오르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감일 것이다. 어지럽게 널려있다는 이유로 상념의 조각을 모아서 떠올리다가 한 조각씩 이어 붙인 퍼즐이 완성되면 떠오른다. 그리고 놓치지 않는 한 언젠가는 무엇이든 된다.


낱말 떠올리다 떠오르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봤다. 작성을 하면 많은 것을 떠올리고, 많은 것이 떠오르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낱말일 것이다. 긴가민가 올 듯 말 듯 애태우며 애써 머릿속에 떠올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내려놓으면 순간 번쩍 떠오른다. 그리고 잃어버리지 않는 한 한 편의 글이 된다.


생각 가두다 갇히다.


조금 복잡하게 생각해 봤다. 글을 쓰다 보면 많은 것을 가두고, 많은 것이 갇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생각일 것이다. 검색도 하고, 사전도 뒤져가며 가장 적절한 표현에 가두지만 가장 적절한 범주에 갇힌다. 그리고 퇴고하는 한 반복된다.


아이러니하게... 가두다 갇히다.


싱숭생숭 들뜨는 것이 불안해서 붙잡아 가두고 갇히지만, 내 안에서 키우고 폭발시켜 스스로 해결하려는 것이 책을 읽는 마음이다. 비근하게 묻히는 것이 아까워서 붙잡아 가두고 갇히지만, 널리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은 것이 글을 쓰는 마음이다. ""(큰따옴표), ''(작은따옴표) 속에 가둘 수 없고 갇히지 않는 사소한 마음들을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의지가 계속 읽고 쓰는 곳에 가두다 읽고 쓰는 일에 갇힌다. 가두지만 한계가 없고 갇히지만 자유롭다. 아이러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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