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취미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대화의 공통분모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취미를 묻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은 운동, 영화관람, 음악감상 그리고 독서이다. 독서는 쉽게 접할 수 있고 의무교육으로 누구나 국어과목을 공부했기에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지적인 이미지도 더할 수 있으니 취미로 내세우기 더할 나위 없다. 스마트폰으로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었어도 어쨌든 읽는 건 읽는 거니까... 만화책도, 웹툰도, 웹소설도 전부 다 포함시킨다.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게…
간혹 이런 무의식적인 대답에 검증절차가 들어온다. 진심은 가짜를 판별해 내려는 의도가 다분한 악취미다.
"최근에 재밌게 보신 책이 뭐예요?"
"나도 책 좀 읽어야 하는데 재밌는 책 추천 좀 해주세요?"
눈빛부터 다른 질문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도리어 '빨간 머리 앤', '어린 왕자', '삼국지' 같은 고전을 답한다. 간혹 만화책을 답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똑같이 읽어본 책이라면 대화의 주제로 손색이 없고, 만약 모르는 기색이라면 살짝 허풍이 들어가도 괜찮겠다는 안도감이 든다. 검증하는 질문자가 책을 잘 안 읽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배려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알아낸 몇 안 되는 순리이다.
소심한 복수로 포장된 진정한 악취미
이런 검증에 신간도서나 최신 화제작을 답하지 않는 이유는 배려와 아직 대화를 나눌 만큼 소화시키지 못했다는 겸손도 있겠지만, 나름의 복수이기도 하다. 어쭙잖은 공격에는 무시가 답이라는 생각을 저변에 깔고, 귀중한 경험을 당신 같은 사람과 공유하지 않겠다는 악의도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배려라는 포장지로 덮는다. 진정한 악취미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고...
언제부턴가 책 좀 읽었다고 독서모임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토론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었다. 특히 조금 공부하고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릴 때가 떠오르면, 수수방관했던 세포 하나하나를 모두 접어 세포 하나에 모조리 구겨 넣고 단세포가 되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도 했다. 그때 비판이라며 쏘았던 비난의 화살들은 자신이 표적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한...
다수가 같은 일을 할 때는 휩쓸리기 쉽다. 그리고 끝에는 우매했음을 후회하고 반성한다. 누구나 쉽게 운동, 영화관람, 음악감상 그리고 독서를 취미로 삼는다. 그리고 끝에는 해내기 어려움을 깨닫고 후회하고 반성한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일을 할 때는 평범해 보인다. 그리고 끝에는 그런 평범함이 모여 세상이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구나 평범하게 운동, 영화관람, 음악감상 그리고 독서를 취미로 시작한다. 그리고 끝에는 평범함을 쌓아야 비범함이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