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는 사과 한 개

간결해지기 (1)

by 철없는박영감
아침 사과 한 개


사과 한 개를 아침식사로 한지가 1년 반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다이어트로 사과 한 개에 닭가슴살, 오이, 우유를 추가한 것이 헬스트레이너가 짜준 식단이었다. 요즘은 과한 웨이트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단백질 섭취를 자제하고 있다. 소화도 잘 안되고, 어느 순간부터 피부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아침 식사에서 닭가슴살이 사라졌다.


오이도 중간에 없앴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싸진 것이고... 다음 이유가 냉장고에 아무리 잘 보관해도 금방 물러져서 신선함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제철의 저렴한 채소나 아삭이 고추, 엄마가 챙겨주시는 과일을 섞어 먹는데, 사실 없는 날이 더 많기 때문에 그냥 안 먹는다고 보면 된다. 이번에는 박스 채 사놓아서 물러지기 시작한 귤을 집에서 가져와 잘 먹고 있다.


우유는 물론 저지방 우유다. 나이가 들면서 유당불내증이 생겼는지 언제부턴가 마시고 나면 복통이 생겼다. 처음에는 차서 그런가 생각이 들어 데워 마셔보기도 했지만 좀 괜찮다가 다시 복통이 생겼다. 그리고 찾은 것이 '그릭요거트'였다. 집에서 만들어볼까 시도도 했지만, 몇 번 실패하니까 돈이 아까워졌다. 지금은 두유나 우유 중에서 1+1 행사를 하는 제품을 사 먹는다. 그릭요거트도 정신건강을 위해 그냥 사 먹는다. 이것도 요즘은 가격이 '후덜덜'이다.


행복한 식사


이렇게 먹어도 사과 한 개 2~3천 원, 그릭요거트 3천 원 (1개 15천 원 ÷ 5일 ≒ 3천 원), 우유 혹은 두유 1천 원 (3천 원 / 1ℓ × 330㎖ ≒ 1천 원) 한 끼에 기본 6 ~ 7천 원의 비용이 든다. 할인품목이라도 채소가 추가되면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다. 편의점 7첩 반상 도시락도 이보다 훨씬 싸지 않을까? 가격만 보면 왕처럼 먹고 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역시 배는 부르지 않다. 부모님은 뭐 먹고 사는지 물어보시고는 굶고 다닌다고 핀잔을 주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피검사 수치는 점점 정상이 되어가고 있다. 허리디스크를 안고 살다 보니 운동도 하루에 30분 정도의 스트레칭과 같은 시간의 산책이 전부이다. 그런데 인바디측정을 해보면 25~28%를 육박하던 체지방이 20%로 내려왔다. 허리둘레는 좀 편하게 입는다고 36인치를 입다가 이제는 30인치도 커서 흘러내린다.


'어! 평소엔 몰랐는데... 성적표를 받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는데...' 별다른 느낌 없던 기분이... 아니 어찌 보면 약간 우울했던 기분이... 개선된 수치를 보니 좋아진다... 행복해졌다. 여기저기 쑤시고, 소화도 안되고, 어지러울 때도 있고,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성적표로 'A'를 받고 나니 '아~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거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몰랐는데 밖에서 잘한다고 해주니까 기분이 나아진다.


짜식~ 좀 생겼는데...


미친놈 같지만 요즘 거울을 보면서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든다. '짜식~ 봐줄 만 한데...' 없던 턱선이 생기니 목이 길어지고 목이 길어지니 체형이 달라 보인다. 잘록한 허리가 생기고 나서는 편하려고 입던 고무줄 바지와 츄리닝은 죄다 갖다 버렸다. 모자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껴서 얼굴만 가리면 자신감이 급상승한다. 자존감이 높아진다. 나르시시스트가 되어간다. '짜식~ 쫌 생겼는데...'


화려한 색감과 복잡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의 옷과 장신구를 선호하던 취향이, 이제는 '나'자체가 아름답다는 자신감이 고개를 드니 수수하고 간결해지고 있다. 튀고 존재감을 내세우고 싶어 하던 관종 성향이, 자연스럽지만 자신만의 아우라를 내뿜을 줄 아는, 먼저 한발 뒤로 물러서는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


시작은 사과 한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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