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해지기 (5)
앤 다이아~
원래는 오페라의 여주인공을 '디바'라고 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중음악에서는 흔히 성량이 크고, 고음을 잘 구사하는 솔로 여가수를 '디바'라고 칭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 어중간했을 때 가히 충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를 봤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라 볼 수 없었지만 '보디가드 OST'의 휘트니휴스턴은 센세이셔널했다. TV만 틀면 나왔고... 거의 모든 TV 프로그램의 엔딩크레디트 뮤직비디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뮤직비디오 클라이맥스에서 다 잡아먹어버리겠다는 듯이 사자후를 내뿜는 그녀의 목소리에 놀랐고, 클로즈업된 장면 속에서 노래하는 그녀의 엄청난 입크기에 한 번 더 놀랐다. 그 해 'AMA (American Music Awards)'에서 진행자가 "휘스니 휴스턴 Show"라고 할 만큼 그녀의 기세는 대단했다. 지금도 원제목 "I Will Always Love You"보다 "앤 다이아~"로 더 기억된다.
한참 후에 발매된 그녀의 Best Album에서 남의 나라 국가 (미국, "The Star Spangled Banner")를 듣고 감동해서 울었던 기억도 있다. 나중에 립싱크였다는 說을 듣고 그때만큼의 감동은 이제 없어졌지만... 하여튼 덕분에 Pop이라는 새로운 음악에 눈을 떴다.
그다음으로 집중했던 팝가수는 머라이어 캐리다. 휘트니 휴스턴과는 다른 귀를 후벼 파는 듯한 그녀의 하이노트 돌고래 창법과 기교, 속삭이듯 간드러지는 가성이 귀를 사로잡았다. 휴대용 카세트를 가지고 다니며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게 된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오페라나 휘트니 휴스턴처럼 극장이나 무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노래가 아니라, 귓속에서 나만을 위해 노래해 주는 듯한 개인적인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주는 변화의 시점이 아니었나 싶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휘트니 휴스턴은 흑인이 백인풍의 음악을... 머라이어 캐리는 백인이 흑인풍의 음악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두 디바는 동시대에 비슷한 듯 전혀 달랐다. 당시 Pop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는 두 쌍두마차 라이벌 디바 때문에 'R&B Soul'이라는 장르에 푹 빠지게 됐다. 온갖 현란한 기교, 꺾기, 어마어마한 성량, 고음... '아... 가수는 신이 재능을 내려줘야 되는구나...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라는 경외심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따라 부르기는 언감생심, 그저 감상할 따름이었다.
『난 알아요!』 넌 알겠니? 난 무슨 말인지 도통...
뭐 말이 필요 없지... '서태지와 아이들'. 헤비메탈을 기반으로 한 그들의? (그의?) 힙합 음악은 사회현상으로 까지 언급될 정도로 그야말로 우리 세대에서는 천지를 개벽시킨 등장이었다. 이후에 한국적인 힙합의 새 지평을 연 듀스, 아이돌의 시초 'H.O.T'가 등장하며 K-Pop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세계를 정복한 대망의 'BTS'까지...
이쁘고 잘생긴 젊은이... 아니지 어린애들이 때거지로 몰려나와 화려한 퍼포먼스에 칼군무, 웃기는 예능감과 팬덤문화까지... 아이돌 멤버 이름을 알고 있냐에 따라 '아재'와 '오빠'가 구분되기도 했다. 이들은 거의 10명 내외의 인원이 때로 몰려나와 3~4분의 노래를 나눠서 불렀기 때문에 무대는 현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후크송'이라는 수능금지곡들이 대거 출현하며 자막을 보지 않으면 가사를 알 수 없는... 아니 자막으로 가사를 보고 있어도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한국어인 듯. 한국어 아닌, 한국어 같은... 요즘말로 '괴랄한'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떤 수학강사는 가사 중간에 그냥 '근의 공식'을 넣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맥락 없는 영어, 한글을 뒤섞은 낱말 나열이었다. 이것이 '라임(rhyme)'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당시에는 '한글파괴'라며 뉴스에 나올 정도였다.
송창식 그리고 Jazz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기 전인... 세시봉 시절의 가수인데 잘 몰랐다. '참새의 하루, 담배가게 아가씨, 가나다라마바사, 고래사냥, 피리 부는 사나이, 왜 불러'같은 다소 코믹적인 요소가 있는, 개그맨들이 모창 많이 하는 특이한 가수인 줄 알았다. 그리고 '사랑이야'를 들었다.
음악은 잘 모르지만 이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장조(메이저)와 단조(마이너)를 넘나 든다는 것..., 주류와 비주류를 오묘하게 섞은..., 어린 내가 평가할 순 없지만 가히 천재적이었다. 가사는 '한글이 이렇게 아름다웠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국에 밥 딜런이 있다면 한국에는 송창식이 있다고 하고 싶을 정도로..., 귀를 홀린 게 아니라 영혼을 홀려버렸다. 평범한 단어를 비범하게 만들어버린 극적인 멜로디 전개, 창법, 그리고 아름다운 한국어 발음으로 완성한 간결한 깔끔함... 점잖은 단어들의 향연인데 점잖게 듣고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요즘은 Chet Baker 'My Funny Valentine'에 푹 빠져있다. 물론 아닌 것도 있지만, 자주 듣는 Jazz 음악들은 가사가 쉽다. 멜로디도 쉽다. 그리고 짧고 간결하다. 다만 쉽게 내 안에 담을 수는 없는 Soul이다. 어릴 때는 Ella Fitzgerald의 화려한 스캣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Billie Holiday의 울림을 주는 특별함을 좋아한다. 요즘 빠진 노래 링크 한 번 걸어볼까? 아마 가사의 단어가 50개 정도 될까 말까 일거다.
https://youtu.be/ni9Cp9mOOOg?si=qe0hjKVGQm27zBfd
간결하고 쉬운 노래는 자연스레 스며든다. 아무도 모르게… 깊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