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상대성 (1)
어릴 땐 좀 비참한데, 허세 부리게 되고...
브런치스토리의 변두리에서 얼쩡대던 날들... 보통은 하루에 20명 남짓 조회수가 나왔고, 10명 내외의 이웃 작가님들이 '라이킷'을 눌러주셨다. 처음 '라이킷'수가 10을 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엄청난 감동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첫 발행글이 확인 가능할 정도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작가님들의 글은 꼼꼼히 읽고 좋든 싫든 무조건 '라이킷'을 누른다.
하지만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며 감동은 무뎌졌다. 발행 당일에 반짝 '20'이라는 조회수가 나오고, 이튿날이면 통계에 예쁜 이등변 삼각형이 그려졌다. 사흘부터 '0'의 연속... 그런 패턴이었다. '일회용 글, 버려진 글, 묻힌 글, 가치 없는 글'이라는 생각에 비참했지만, '그깟 숫자'라며 초월한 듯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 하나의 주제로 여러 편의 글 기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성우지망생 때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중 몇 편이 이등변삼각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일일조회수지만 날짜별 통계에 나름대로 파동이 생겼다. 작은 일렁임이었지만 외부에서 전해진 힘은 계속 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줬다. 그리고, 앞으로 더 잘 쓰게 될 거라는 희망도 갖게 해 주었다. 세계 정복도 가능해 보였다.
티끌이 차곡차곡 쌓이더니 얼마 전 하나의 글이 조회수 '1000'을 넘겼다는 알림이 왔다. '오~, 오~' 반년정도 꾸준히 읽히는 글이 생기니 관점, 시선이라는 것이 생겼다. 술술 쓰던 것을 조금 더 고민해서 쓰기 시작했고, 조금 더 힘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장이 점점 장황해지고, 주제가 곧 잘 산으로 가면서, 글 쓰는 체력이 아직 약했는지 마무리는 김새듯 금방 힘을 잃었다.
나이가 들면 좀 서글픈데, 안타까워지더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 체력을 기르며 하루하루 꾸준히 노력하던 중에 선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여느 날과 똑같이 스스로 정한 마감 시간 오전 9시에 맞춰 발행을 하고, 침구를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데 브런치에서 알림이 사정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행한 지 30분도 안 돼서 조회수 '1000'을 넘겼다는 알림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반년동안 차곡차곡 쌓은 티끌들의 조회수를 전부 합한 것보다 많은 조회수가 하루 만에 글 하나에 통계기록으로 잡혔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힘을 빼고 설렁설렁 썼는데... 반응은 엄청났다. 처음 '라이킷'수가 10을 넘었다는 알림 이후로 오랜만에 이런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는 뛸 듯이 기쁜 감동이었다. 그 뒤로도 발행한 글 몇 개가 운영진의 선택을 받았는지 짧은 시간에 조회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기쁨을 뒤로하고 다시 글을 쓰고 발행했다. 휴일과 이사하는 동안 컴퓨터가 없던 날을 제외하고, 매일 글을 발행한 지 반년이 넘어가다 보니, 그리고 인생을 40년을 넘게 살다 보니 잠깐잠깐 이벤트 같은 기쁨에 주변을 더 살피고, 순식간에 한꺼번에 찾아오는 불행에 빨리 지나가게 비켜서는 지혜가 생겼다.
이번에는 '그깟 숫자'라는 허세대신에 통계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떤 고마운 분들이 읽어주셨는지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포털사이트에서, 다음에는 브런치 자체에서, 지금은 '카카오스토리'라는 곳에서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카카오스토리? 들어보기는 했는데...' 기존에도 브런치에서 조회수 폭발을 분석한 글들을 여러 편 본 적이 있어서 검색을 했다. 그리고 문제의 글을 마주했다.
브런치 고령화에 대한 글이었다. 저자와 패널이라는 역할을 나누고 대화하는 형식의 글이었다. 주요 내용은 이랬다.
〈브런치는 종이책 출간을 목표하는 작가들이 모인 플랫폼인데, 종이책을 주로 소비하는 2~30대 여성의 비중이 브런치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카카오스토리'가 상업화로 망한 전철을 밟는 셈이다. 점차 4~50대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연령대는 노안이 시작되는 나이라서 종이책 대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선호하며, 게다가 소비력도 낮아서 종이책을 구매하는 소비층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어서 점점 비중이 높아지는 것 같다. 2~30대의 감수성을 따라올 수 없으니 점점 브런치 인기글들이 출판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기 어렵게 되었다. 브런치 운영진은 물관리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늙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먼저 글을 다 읽고 든 느낌은 서글픔이었다. '아 내가 나이가 44살이구나... 맞아 젊은 세대에게 주인공 자리를 물려주고 우리는 백업을 하자라고 그렇게 많이 쓰고 다녔는데... 직접 마주하니 많이 서글퍼지는구나... 그래도 아직 젊은것 같은데... 하긴 동안(童顔) 소리에 기뻐지면 늙은 거라고 했어... 글에도 점점 한자를 섞어 쓰고 있네...'
그리고 다음으로 든 느낌은 안타까움이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늙은 개들... 망령들... 이라면서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그들에게 나이로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무시하고, 반항하고 그랬었지... 내가 만드는 세상은 더 나을 줄 알았는데... 젊은이들의 똑같은 반응을 보니... 너희들도 나중에 다 똑같이 겪게 되고, 알게 된다라고 하면 진짜 꼰대 같겠지...'
그런데 직접 말로는 안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한다. 그들도 직접 겪어보고 느껴봐야 하기 때문에... 젊을 때는 자리는 뺏고 뺏기는 것 같지만, 자리에 오르려는 목적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한 자리이며, 자리에 오르기까지 누가 어떤 희생을 했는지, 무엇을 희생시켰는지 뼈저리게 느껴봐야 한다고...
TV속 드라마나 아이돌들을 보면 어릴 때는 그들의 패션이나 음악, 생각과 사상을 동경했는데, 이제는 연예인들의 피부나 몸매에 더 관심이 간다. 뭘 발라야 저렇게 피부가 젊어 보이나... 뭘 먹고 어떤 운동을 해야 저렇게 젊은 몸매를 유지하나... 젊어지는 특별한 비결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동경이다. 불가능이라는 것을 알면서, 타고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유지관리의 영역이 아니라 유전자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면서, 쉽게 젊음이라는 끈을 놓지 못한다.
미안하지만... 그대들이 아무리 비아냥대도... 지금 관심사는 그대들이 아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