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차별화

시간의 상대성 (2)

by 철없는박영감
연령차별


보통은 60세 이상 은퇴자들이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성토글이 대부분인데... 새로운 연령차별 고민을 봤다. '아이 귀여워~!'라고 반응하면 작성자가 싫어할 것 같긴 한데... 20년도에 12살이었으면 지금은 14살쯤 되었겠다. 중2~3학년 정도? 이 친구는 자신의 주장대로 유치원생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과 존중을 해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치원생들이 똑같이 '유치원시절 없었나 봐요 --'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그럴 거면 나이차별 당해보던가... 얼마나 기분 나쁜데;;;;」 꺄아악~! 귀여워!!!


12년 인생 전체를 통틀어 이런 차별을 당해본 적이 없다. 나이 많다는 이유 하나로 말을 놓겠다는 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이 기분 나쁘다. 지금까지 이렇게 자존심에 상처가 난 적이 없었다. 억울해서 다 뒤집어엎어버리고 싶은 분노도 치밀어 오른다. 어른들은 왜 존중을 안 해주는지... 왜 마음을 몰라주는지... 어른이라는 족속은 바보 천치들 같다.


아이돌 그룹 이름을 또 틀리게 말한다. 차라리 모른다고 하면 좋겠는데... 되지도 않게 아는 척을 하며 친하지도 않으면서 친한 척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다. 자기들 이름 한 글자씩 틀리게 말하면 기분 좋은가? 은석이를 은식이라고 촌스럽게 말하면 좋은가? 어른이 되면 주말마다 음악방송을 보면서 뭐든지 공유하는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야지...


25년 전, 부모님은 "H.O.T"를 계속 "핫"이라고 했다. 5명의 힙합 전사들이 쌍둥이 같이 똑같이 생겼다고 했다. 카메라가 빙글빙글 도는 게 어지럽다고 싫어했고, 뭐라고 하는지 모르는 노래를 왜 듣고 있냐고... 이게 무슨 노래냐고… 뽕짝이 최고라고 했다. 지금은 그때의 부모님보다 십 원어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건강히 오래오래 제 곁에 있어주세요라고 날마다 기도한다.


작성자와 답글을 남긴 이는 이런 글을 올렸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는 그야말로 질풍노도 그 잡채다. 키는 부모보다 커졌는데 현실은 부모의 간섭과 통제를 받아야 하고, 신체적인 능력은 월등히 발달하는데 현실은 세상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다친다.


"나중에는 나이 어린 사람한테 반말을 들어야 할 때도 있단다. 아가들아~ ㅎㅎㅎ"


차별 말고 차별화


사실 '연령차별'문제는 세대차이가 아니다. 존중해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갑질 문제와 조금 더 본질이 가깝다고 하겠다. 갑질을 일삼는 무리는 대부분 이유를 물어보면 무시당하는 게 기분 나빴다고 대답한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갑질멘트는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의 다른 말이다. 즉,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자격이나 정당성을 문제 삼는다. 그리고 가장 쉽게 자격이나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준이 바로 "연령"이다.


나이 적은 사람은 지금까지 노력해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무시하는 듯한 차별을 거부하는 것이고, 나이 많은 사람은 그동안 비굴해도 참고 버티며 쌓아온 삶의 지혜를 무시하는 듯한 차별을 거부하는 것이다. 양쪽이 전부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간격은 좁혀지지 않는다. 누가 더 기분 나쁘냐를 따진다 해도 절대적인 햇수의 차이일 뿐 상대적으로 인생 100%를 무시당하는 꼴이니 경중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회는 생각보다 나이에 따른 역할을 매우 심하게 강요한다. '~답게 행동해라'.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이대에 따른 기대치가 요구된다. 기대치는 대게 '보통'을 요구한다. 차별은 여기서 벗어나려고 하면 발생한다. 평균의 함정이다. 평범한 게 사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차별대신 차별화를 선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차별화에 성공한 이들은 특별해진다. 차별로 상처받고 낙오자로 낙인찍히겠는가? 차별화로 대우받고 스타로 추앙받겠는가? '화', 이 글자 하나로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선 지키면서, 선 넘기


차별화는 매뉴얼을 지키면서 버려야 한다.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역할을 강요하니,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답다'는 지키면서 역할에 따른 '~답다'는 버려야 한다. 세상이 기대하는 바는 모순 덩어리다. 그런데 이걸 거부하면 차별당하는 것이고 받아들이면 차별화에 성공하는 것이다.


모순은 상대방과 비교해서 나이의 많고 적으냐에 따라 기대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상대적이다. 5살 어린아이에게 3살짜리 동생을 잘 돌보라고 하거나, 늙은 자식에게 더 늙은 부모를 봉양하라고 하는 식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런 모순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스타가 된다. 전 세대를 걸쳐 사랑받는다.


모순이 생기는 이유는 세상은 자격과 정당성을 부여하는 시험으로 '통과의례'를 만들어 놨는데, 이것을 시간의 흐름에 교묘히 섞어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라는 선을 넘으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교정,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정, 교육은 대게 참고 인내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한 오백 년은 살아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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