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감각 (Timesense, Zeitsinn)

시간의 상대성 (3)

by 철없는박영감
시간은 감각의 영역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자고 있을 때도, 멍 때리고 있을 때도, 일을 할 때도, 놀고 있을 때도 주야장천 흐른다. 다만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흐른다. 즉, 빠르게 혹은 느리게 흐르느냐의 체감차이가 존재한다. 이렇게 시간의 경과를 길게도 혹은 짧게도 느껴지게 만드는 주관적인 감각을 시간감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간은 감각의 영역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느끼는 대상일 뿐이다. 반드시 체감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1분이라는 같은 시간도 전자레인지에 남은 시간 1분과 아침에 알람 울리기 전까지 남은 시간 1분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즉 시간의 속도는 절대적이지 않다.


그리고 시간은 연속적이다. 나눌 수 없다. 지금 손목에 있는 혹은 스마트폰에 있는 시간은 가짜다. 편의상 만들어낸 허상이다. 그래서 시간은 시작과 끝이 없다. 아니 끝이 곧 시작이고 시작이 곧 끝이다. 어쩌면 시간이라는 연속선은 직선이 아니라 원모양의 곡선일 수도 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윤회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얘기한다. 시간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시작은 '빅뱅'이라고... 그리고 그 끝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맞는 말일까? 과학은 이론을 정립하여 가설을 검증하고 진리를 찾는 학문이다. 수많은 가설이 이론적 검증을 통해서 진리가 되었다. 그런데 '빅뱅'은 아직 가설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마 영원히 못 벗어날 것이다. 시간을 역행한다면 모를까... 아직까지는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라는 명제만 진리일 뿐이다.


어쩌면 시간을 느끼는 생물은 인간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물건을 얼마나 빨리 옮겼느냐에 행복해하는 생물은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개미는 먹이를 옮길 때 빨리 옮기는 것에는 관심 없다. 옮기느냐 못 옮기냐의 문제일 뿐이다. 지금 다 못 옮기고 죽어도 흔적을 남겨 다른 개미가 와서 가져가게 한다. 통통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강태공들은 얼마나 빨리 잡느냐에 승부욕을 발동시킨다. 상어는 먹이를 빨리 잡는 것에는 관심 없다. 잡느냐 못 잡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같은 종(種) 간에 빠르기를 겨루는 생물은 인간밖에 없다.


자연에서의 시간은 해가 뜨고 지고의 문제다. 해가 뜨면 움직이고, 해가 지면 잠들고... 야행성도 많으니 이것 또한 상대적이다. 자연과 인간의 시간은 매우 다르다. 자연은 배가 부르면 옆으로 먹잇감이 지나가도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배가 고파야 먹잇감과 자신의 시간을 교차시켜 사냥을 한다. 인간은 다르다. 눈 뜨면 오지 않은 미래에 대비한다고 열심히 일을 한다. 먹잇감을 직접 키워 살아남는 방식은 인간이 유일하다.


자연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필요 없다. 있으면 먹고살고 없으면 굶어 죽고... 인간의 시간은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시스템이다. 즉 희망이라는 말을 붙여 미래를 살게 한다. 시간을 길게도 느리게도 느끼게 하는 시간감각은 어쩌면 현재에 충실하라는 조절제가 아닐까? 현재를 최대한 길게 사용하고, 최대한 빨리 벗어나라고...


시간은 나와 함께 탄생해서, 나와 함께 사라진다.


누군가가 태어나면 누군가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리고 시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흐른다. 그 시간선은 20년짜리가 될 수도 있고, 40년, 80년짜리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이 100년이 되기 전에 사라진다. 그 안에서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각자 전부 다르고, 신체를 단련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 짧은 사람도 있고, 긴 사람도 있다.


출발선도 모두 다르고, 도착선도 모두 다르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유통기한을 찍어서 나오는 인생은 없다. 따라서 지금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조금 늦다고, 반대로 빠르다고 좌절하거나 으스댈 필요가 없다. 각자의 속도로 다르게 느끼면서 살면 그뿐이다. 또 지금 나보다 조금 늦다고, 반대로 빠르다고 누군가를 비웃거나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끝날 때를 몰라 빠르고 느린 것으로 행불행을 가늠하지만, 그 시간이 더 아깝다.


시간은 에너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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