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불멸

시간의 상대성 (4)

by 철없는박영감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중국의 고전 무협 드라마는 대부분 복수극이다. 가끔씩 엄청난 대사를 마주하는데 '벌을 주려면 팔하나 자르면 되지 굳이 죽일 필요는 없잖아?'라는 식이다. 오! 역시 대륙의 스케일이라고 놀라워해야 하나 싶다가도... '팔하나 없어지느니 그냥 안 아프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달라는 게 낫지 않을까? 평생 한 팔로 살라는 건 과한 처사 같은데, 아니 그보다 아픈 건 싫은데... 차라리 그냥 죽여달라고 하는 게...'라는 생각이 앞장선다.


고전 무협 드라마의 복수극을 현대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분명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는 서기 2023년 11월 06일 월요일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화면을 가득 채운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기원전 18세기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함무라비 법전에 쓰여 있는 쐐기문자가 해독되어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4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원불멸함을 자랑하는 이 말의 생명력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잊힐 권리가 필요해 보인다.


전 282조 중 제196조에는 '만일 사람이 평민의 눈을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눈도 상해져야 한다', 제200조에는 '만일 사람이 평민의 이를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이도 상해져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同害) 복수법에 기초한 형벌법으로서, 타인의 눈을 상하게 한 사람은 자기 눈도 상해져야 하고, 부모를 구타한 아들은 그 손목이 잘려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함무라비 법전(기원전 1700년경) (세계사 다이제스트 100, 2010. 8. 13., 김희보)


영원불멸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한 때 뱀파이어라는 영원불멸의 존재에 푹 빠진 적이 있다. 고스족(Goth Tribe) 유행을 몰고 온 '깜장드레스'를 필두로 한 '안녕 프란체스카 (2005)'가 방송되던 때였다. 뱀파이어가 된 때의 외모 그대로 영원불멸의 삶을 산다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그로부터 10년 뒤, 아직까지 재밌게 보고 있는 '도깨비 (2016)'가 또 그랬다. 쓸쓸하고 찬란한 영원불멸의 삶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뱀파이어들은 젊음을 유지한 채 수백 수천 년을 사는 몬스터다. 외모뿐만 아니라 사고방식도 그대로여서 '애늙은이, 젊은 꼰대' 그 잡채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그들은 각자의 개성대로 변화속도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항상 몇 % 부족하다. 그래서 망한다. 그 망하는 이야기가 웃음포인트다. 그리고 더 이상 인간에게 남아있지 않은 인간성이 이 몬스터들을 구원하는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이 아이러니가 관전포인트다.


도깨비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도 한 재미하지만, 완전 정반대 성격인 두 남자(도깨비, 저승사자)의 케미가 웃음포인트다. 결말도 도깨비 커플은 죽어서도 잊지 않고 다음 생에 지금의 사랑을 이어가고, 저승사자 커플은 다 잊고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사랑을 이어간다. 도깨비는 명대사가 관전포인트다. 그중에서도 저승사자가 망자에게 차를 대접하며 건네는 '망각 또한 신의 배려입니다'라는 대사는 도깨비의 처지와 대비되며 더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축복이야? 저주야?


"뭘까요? 여러분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변하지 않는 몬스터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살아남으려 애쓴다면? 인간이길 포기한 몬스터에게 인간성 회복이 구원이라면? 망각은 신의 배려일까요? 장난일까요?"


여러분들에게 요즘 넷플 XX에서도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하나 추천하면서 글을 마친다. '시간의 상대성'이라는 주제를 생각하게 해 준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마왕이 나오고 엘프가 나오길래 판타지인가 생각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심오했다. 흔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스펙터클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하품 나온다.


"장송의 프리렌"

https://youtu.be/guWrnt_WpIU?si=9xCPcDKBZ5lEjD5g


하루하루는 비극이더니 살아보니 희극이더라. 아니면 그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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