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고

내 인생의 짧은 奇談들… (2)

by 철없는박영감

※ 주의 : 100% real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참 희한한 일도 많았지...


금요일이었나 주말이었나 정확하진 않지만 당시 MBC의 음악순위 프로그램에 팀명도 특이한 밴드가 나왔다. '삐삐롱스타킹'이었나 그랬는데... 당시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주말연속극 '고개 숙인 남자'에서 반항아 역할로 나오면서 이목을 끌었다. 대사는 거의 없었고 연기력도 기대할 수 없는, 비주얼로 승부를 보던 역할이었기에 이런 돌아이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금이야 연기 장인이지만, 데뷔 때 모래시계의 이정재 같았다.)


이 밴드의 퍼포먼스가 시작되고 정신 나간 듯한 분위기의 무대매너는 충격적이었다. 지금이야 흔하지만 카메라에 대고 혀를 길게 뽑으며 괴상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가운데 손가락을 펴 보이기도 했다. 보컬은 머리를 흔들어대며 지금 보면 마약을 하지 않았나 의심이 될 정도로 'Crazy' 그 자체였다. 이때부터 낌새가 좀 이상했는데 결국 사고를 쳤다.


흥을 주체하지 못한 그 반항아 역할의 기타리스트가 카메라를 향해 침을 뱉었다. 깜짝 놀란 방송사에서는 얼른 화면을 전체화면으로 전환했으나, 잠시 후 다시 등장한 클로즈업 카메라 렌즈에는 이미 얼룩이 져있었다. 그 뒤로도 MBC에서는 희대의 방송사고가 한번 더 발생했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역시나 밴드의 퍼포먼스 중 몇몇 멤버가 무대에서 바지를 내리는 노출사고가 발생했다. 아마 공연음란죄로 잡혀갔을 거다.


전설의 '왁자지껄' 사고


지금은 많이 아는 이야기가 됐는데... 당시 주말 재방송으로 '가족오락관'을 보면서 숨 넘어갈 정도로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구동성' 코너였는데 출연자들이 4자로 된 낱말을 한 글자씩 동시에 외치면 상대편이 이것을 듣고 맞히는 게임이었다. 이때 남성팀의 제시어는 '왁자지껄'이었다.


"자! 남성팀! 하나~ 둘~ 셋!"


"웩!"


MC 허참의 구령에 맞춰 남성팀은 거의 완벽게 가깝게 동시에 '왁자지껄'을 '웩'으로 들리게 외쳤다. 여성팀에서 무슨 낱말인지 이런저런 상의를 해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기세등등해진 남성팀은 신나서 두세 차례 더 '웩!' 하며 얼마든지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었다.


여성팀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자 MC는 으레 하던 대로 여성팀 출연자들에게 한 글자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자 첫 번째 글자... 뭐!"


"음... 잘... 모르겠어요..."


"그럼 우선 넘어가고... 두 번째 글자... 뭐!"


"음... 자?"


"두 번째 글자 '자'! 다음에 세 번째 글자... 뭐!"


"지?"


MC가 출연자들의 답변을 정리했다.


"첫 번째 글자 모르고, 두 번째 글자 '자', 세 번째 글자... 'ㅈ'........."


이 순간 편집이 되면서 화면은 갑자기 녹화장이 한바탕 난리가 나서 여기저기서 박장대소하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출연자, 방청객...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배를 부여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댔고, 한 출연자는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MC도 난감해하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간신히 녹화장이 진정이 되고, MC는 다시 진행을 이어갔다. 남성팀에게 다시 한번 외치도록 시켰다.


"자! 다시 하나~ 둘~ 셋!"


"웩!"


또다시 완벽한 남성팀의 호흡에 여성팀 출연자들이 입모양을 제대로 안 하는 것 같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남성팀은 아니라고 펄쩍 뛰면서 환상의 호흡으로 다시 두세 차례 더 외쳤다. 그리고 MC가 다시 한 글자씩 물었다.


"자! 이번엔 잘 들었죠? 자 첫 번째 글자... 뭐!"


첫 번째 출연자의 대답에 녹화장은 다시 초토화되었다. 그리고 바로 편집되었다.


왕?


나중에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지만 본방송에서는 더 난리가 났었는데... 마지막 출연자가 네 번째 글자를 '털'이라고 대답했었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지만 귀여웠던 방송사고가 아닐 수 없다.



ㅋㅋㅋㅋㅋ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가 아빠 부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