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내 인생의 짧은 奇談들… (3)

by 철없는박영감

※ 주의 : 100% real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잔소리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들이 하는 말씀은 대부분 잔소리로 들린다. 특히 과학적 근거도 없이 미신에서 기인한 것들은 더욱 그렇다. 베개 겹쳐서 베거나 밥상에 접시를 포개놓고 먹으면 두 집 살림을 하게 된다던가... 앉아서 다리를 떨거나 문지방을 밟고 서있으면 복이 달아난다던가... 그중에는 '빨간색으로 이름 쓰지 말아라,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자지 말아라'같은 죽음과 관련된 것들도 있었다.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라고 겉으로 센 척 말하고 다녔지만, 막상 으슥한 곳을 지날 때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지면 쫓기듯 후다닥 내달렸고, 크면서 가위에 몇 번 눌리고 나서는 '세상에 귀신이 뭐가 무서워!'라며 귀신의 존재를 슬쩍 인정했다. 그래도 어르신들의 말씀은 여전히 잔소리 같아서 죽음에 관련된 미신들도 당연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대학생 때, 늦게까지 놀다가 기숙사에 잘 안 들어갔더니 퇴소 처분이 떨어졌다. 다행히 친구 중에 가족들이 일 때문에 지방으로 가게 돼서 혼자 사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북쪽에 북한산을 둔 우이동 주택가였다. 주말에 낮잠을 자면서 아무 생각 없이 그 산을 향해 누워 잠이 들었다.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눕는 것은 돌아가신 분들만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가위에 눌렸다.


저승사자


북한산 쪽으로 머리를 두고 방에 이불을 펴고 누워 잠들었는데... 어느 순간 가위에 눌렸음을 알아차렸다. 정신만 있고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두려운 상황에서 시커먼 연기처럼 탈춤 복장을 한 가면을 쓴 한 무리가 방안으로 쑥 들어왔다. '아 저승사자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도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주위를 맴돌며 무슨 의식 같은 것을 하는가 싶더니 머리맡에 두 명, 다리 쪽에 두 명이 자리를 잡았다.


각각 겨드랑이 사이로, 무릎 밑으로 손을 쑥 넣더니 조금씩 조금씩 들어 올렸다. 형태는 몸에 손을 넣어 들어 올리는 모양새였지만, 느낌은 공중에 그냥 붕 뜨는 느낌이었다.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반항이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이대로 끌려가는 일만 남았구나라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무서우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의지하게 되는 묘한 심정이었다.


어느 정도 들어 올려지자 그들은 문 밖으로 그대로 들고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공중에 띄어진 몸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승사자들이 안간힘을 써봐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들이 뭔가 상의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한 참을 대화하다가... 갑자기 대장으로 보이는 한 명이 뭔가 알아차렸다는 듯이 나지막이 말했다.


얘 아직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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