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안 돼욧!!!!!

내 인생의 짧은 奇談들… (5)

by 철없는박영감

※ 주의 : 100% real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 카톡이 생기기 전...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확히는 ADSL이라는 기존 전화선을 이용한 빠른 유선 통신망이 등장하면서 대기업들은 앞다퉈 인트라넷인지 뭔지를 개발하며 수기로 작성되던... 혹은 좀 형편이 나은 곳은 엑셀로 작성되던 구매, 생산, 판매를 ERP라는 하나의 체제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웬만한 직장인에게는 업무용 개인 컴퓨터가 주어지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당연한 거지만 예전에는 경리담당자나 특별히 엑셀이나 뭔가 시스템을 만져야 하는 사람들에게만 무거운 데스크톱이 주어졌다. 너무 옛날이야기인가 싶지만 불과 20년 전쯤 얘기다.


컴퓨터나 노트북이 하나씩 보급되면서 채팅에 익숙한 신세대 직장인들 사이에 의사소통 도구로 Microsoft에서 무료로 선보인 MSN 메신저가 크게 각광받았다. 일대 다수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편리함 때문에, 지금의 카톡처럼 금방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보안... 그래서 큰 회사들은 계열사 내에서만 소통할 수 있는 자체 메신저를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고, 역시나 지금의 카톡처럼 수다방이 주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참 많은 실수가 있었지...


메신저도 지금의 카톡처럼 방을 개설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게 윈도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다 보니... 정확히는 방이 아니라 창이었다. 그래서 창을 헷갈려 실수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많았다. 하루는 점심을 먹고 식곤증으로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다른 팀 직원 한 명이 실수를 했는지 과장님께 불려 가 심하게 깨지고 있었다. 나른하던 사무실에 갑자기 긴장감이 돌았다.


졸음이 싹 달아난 사무실에서 다시 업무에 집중하며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데, 조금 전 그 직원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과장님 자리로 쏜살같이 뛰어가더니 과장님의 노트북을 향해 뛰어들어 강제로 덮어버렸다.


"과장님! 안 돼욧!!!"


"왜? 뭔데? 왜 그러는데?"


"아니 과장님... 그게 아니고... 저... 저..."


잠시 주저주저하다가... 그 직원은 '죄송합니다. 진심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 밖으로 빠르게 냅다 도망쳐버렸다.


나중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심하게 깨지고 자리에 돌아온 직원을 위로하려고 동료들이 메신저로 '괜찮아? 점심 잘 먹고 와서 왜 저런데?'라고 메신저를 보냈는데... 그 직원이 메신저 창을 헷갈려서 과장님과 대화하던 창에 '몰라... OOO, 그 새X 혼자 G랄이야?'라는 답을 보냈다고 한다. 안 그래도 기분 상해있는데 뒷담화까지 들었으니... 과장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직원은 헐레벌떡 뛰어들어 노트북을 덮어버리고...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도망간 직원은 한동안 고양이 앞의 생쥐처럼 찍소리도 못하고 죽은 듯이 지내야 했고... 허탈한 과장님은 나를 데리고 매일 흡연실로 올라가 '내가 게를 얼마 이뻐했는데... 내가 얼마나 많이 챙겨줬는데... 이럴 수가 있냐...'라며 신세한탄을 했었다.


뭐 그래도 연말에 송년회에서 서로 소주 글라스로 마시면서 풀었던 것 같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며 송년회나 각 종 모임으로 회식한 티 팍팍 내며 길거리에서 비틀거리며 떼 지어 몰려다녔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코로나에... 불경기에... 워라밸도 챙겨야 하니...


이제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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