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앞마당에 감나무 있었지?

내 인생의 짧은 奇談들… (6)

by 철없는박영감

※ 주의 : 100% real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아니오 그런 적 없는데요...


퇴사를 하기 전에 몸도 계속 안 좋아지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마음이 답답해졌다. 정신과를 찾아가기는 너무 무거운 느낌이어서 주변 지인의 추천을 받아 '신점(神占)'을 보러 갔다. 말로는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겨우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운대가 맞았는지 쉬는 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자를 보냈는데, 그날 오후에 바로 오라고 해서 택시를 타고 갔다.


스스로 점집을 찾아가는 것은 처음이라서 조금 무섭기도 하고, 의심도 들고, 괜히 혼내면 짜증 날 것 같기도 해서 기피대상이었는데, 말 그대로 신통방통, 족집게, 쏙쏙 들여다보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방울을 흔들며 무섭게 째려보고 '뭐가 잘 안 풀리지?' 같은 질문은 없었다. 그냥 마주 앉자마자 대화하듯 이야기가 시작됐다. 외모도 흔히 지나가다 볼 수 있는 옆집 아줌마 같았다. 범접하기 어려운 무서운 아우라는 없었다.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았나? 중년의 남자가 이런 표정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면 통계적으로 'Best 3 고민' 뭐 이런 게 있는 건가?'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한마디 한마디는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100%까지는 아니어도 98% 정도 맞는 말, 그리고 도움 되는 말이었다. 마지막에는 날 위해 기도 해주겠다며 꼭 안아주기도 했다. 아! 여기 다녀와서 퇴사를 결심한 것은 아니다. 이미 퇴사통보를 한 상태에서 다녀왔다.


결과적으로 지금 직업은 팔자가 아니라고 했다. 자영업을 해야 하는데 월급쟁이를 하고 있으니 절대로 잘 될 수가 없다고 했다. (음... 작가도 자영업자 맞죠?) 그러면서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해야 하는데...'라면서 설루션을 내려주었다. 세부적으로 '만세력'이라고 하는 음양오행에 기초를 둔 생년월일시로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 챙겨야 할 것, 도움이 될 사람, 피해야 할 사람 등을 조언해 주었다. 나쁘진 않은 경험이었다.


없었으니 다행이지, 있었으면 큰 일 날뻔했어...


설루션을 위해 생년월일시로 본 음양오행은 '木'의 기운이 전혀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그때, 갑자기 생각났다. 예전에 결혼까지 생각했던 'X걸프렌드'... 그때 여자친구 어머님이 헤어지라고 종용했는데, 그 이유가 궁합 때문이었다. 결혼얘기가 나와서 궁합을 보러 갔는데, 여자가 '木'기운이 강하고, 남자가 '火'의 기운이 강해서 여자가 잡혀 살기 십상이라며 결혼시키지 말라고 했단다.


역시 우리 집에서도 궁합을 보러 갔다. 그런데 똑같은 결과에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나무가 있어야 불이 잘 일어난다면서 꼭 결혼시키라고 했단다. 뭐 결국은 이직을 하면서 대면대면 해지다가 헤어졌지만, 그때의 이야기를 또 들으니 신기했다. 무속인은 얼마 전에 선물 받은 나무 관련 책이 있는데, 선물로 주겠다며 읽어보라고 했다. 작가는 숲 해설가 활동을 하는 분이었는데... 나무별 특징에 인생살이를 빗대어 쓴 에세이였다.


결과적으로 설루션은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목공 카페나, 북 카페를 추천해 주었다. 원래 책을 좋아하니 서점을 해볼까 생각하다가 불경기에 돈 까먹지 말고 가만히 때를 기다리자는 생각에 흘려들었다. (책은 종이로 만들고 종이는 나무로 만드니 책장사가 될 팔자이면 좋겠네요. 작가? ㅋㅋㅋ) 상담해 주시는 무속인분이 마지막으로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신기한 경험이 시작되었다.


그때 한참 마음을 괴롭히던 한 가지가 어렸을 때 저질렀던 잘못이 트라우마로 남아 계속 생각나서 힘들게 하는 것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떨쳐낼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무속인도 깜짝 놀라며 아까 줬던 책을 다시 줘보라고 했다. 그리고 책을 뒤적이며 이런 말을 했다.


"아... 내가 이래서 읽으면서 여기에 밑줄이 치고 싶었나 보네..."


그리고는 잠시 후, 선물했던 책에서 한 페이지를 펴서 보여줬다. 그곳에는 파란 볼펜으로 밑줄이 쳐져 있었는데... 요지는 '흘러간 것은 흘러간 대로 그냥 흘려보내라'라는 내용이었다. 우와 이건 뭐 데이비드 카퍼필드 마술쇼도 아니고... 이제야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밑줄 그어진 페이지를 펼쳐 보여주었다. (사진 찍어서 올리려고 했더니 이사하면서 그 책을 처분했나 봐요. 집에 없네요.) 결론은 열심히 살면 '50代에 대성한다'였다.


나무의 기운을 좇은 결과

중간에 무속인이 신당을 다녀오면서 눈빛이 잠시 잠깐 무섭게 변한 적이 있는데... 두 번째 신기한 경험이었다. 갑자기 살던 집 인테리어를 단번에 알아맞히더니, 자기가 말 안 해도 이미 집을 나무로 다 꾸며놓았구먼부터 시작해서, 왜 머리를 서쪽으로 두고 자냐 동쪽으로 두고 자라, 게다가 이 집은 엄마 기가 너무 세서 남자들이 기를 못 펴고 사니 부모님과 되도록 멀리 떨어져 사는 게 맞다... 등등 물어보지 않았고, 나눈 적도 없는 얘기를 술술술 말했다. 아마도 이게 접신이지 않았나... 접신을 목도했다.


이제라도 감나무 심을 테니, 꼭 결실을 거둘 수 있게 해 주세요. 비나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과장님! 안 돼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