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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

말이야 방귀야 (5)

by 철없는박영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 윌리엄 캠던(1551-1623)

부지런한 인간이 될 것을 격려하는 격언. 부지런한 사람이 먼저 이득을 보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뜻 정도로 해석되는 듯하다. 주로 늦잠을 자고 있는 자녀의 이불을 부모님이 집어던지시면서 시전 한다.

여기에서 Early Bird라는 표현이 일종의 숙어로 자리 잡았다. 말 그대로 일찍 오는 사람한테 상업적인 혜택을 주는 것으로, 예를 들어 미리 구매 신청한 사람한테 가격을 할인해 주는 Early Bird 세일이 대표적이다. 어찌 보면 앞서해보기도 이와 비슷한 개념.

[출처 : 나무위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아무리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5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 어릴 때부터 밤 9시면 불 끄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밥을 먹었던 집안의 분위기도 한 몫했다. 고등학교 때, 통학버스 때문에 그 시간이 더 빨라졌고, 커서는 만원 버스, 지옥철이 싫어서 첫차를 타고 다녔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와서 그게 자연스러웠다. 각 잡고 일찍 일어나려고 의도하지 않았다. 선택이 아니었다. 저절로 되는 것이었다. 내 사전에 늦잠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얼리버드였다?"


진실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어렸을 땐 칭찬을 들었고, 커서는 주위의 경이로운 시선을 즐겼다. 성공한 사람들의 생활 습관, 특히나 인터뷰, 소개 책들이 많아지면서, 안 그래도 각종 챌린지가 난무하는 시대에 '미라클 모닝 챌린지'가 추가됐다. 말이야 '자신만의 시간을 갖자, 자기 계발을 하자'지만... 그런데 진짜 자기만족일 뿐일까? 결국은 성공한 이들의 생활을 추종하자는 것 아닐까? 여기저기 간증도 많다.


자네, 얼리버드가 되고 싶나?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꺼리지만, 임팩트 한번 주고 시작한다. 당신이 틀렸다! 우선 얼리버드의 뜻이 많이 달라졌다. (갑자기 훈계조...? 워워...)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일찍 일어나는'보다 '일찍 태어난'이 요즘의 목소리다. 기득권, 집권층이라는 말로도 많이 쓰인다.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일찍 태어난 새들에게 이미 세상은 전부 지배되었다. 벌레는 멸종 직전이다.


콜럼버스처럼 신대륙 발견이 절실해 보인다. 기인 같은 행보를 보이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 X'가 환영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3~40代가 영끌을 하면서까지 집 장만을 한 이유가 뭘까?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에서 자기 집을 영원히 못 가질 것 같다는 불안이 작용해서다. 그렇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벌레가 멸종되기 전에 깃털이 다 뽑히는 한이 있더라도 잡으려 한 것이다. 그 세대의 정신상태가 이상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뉴스들이 답해주고 있듯이... 얼리버드 후보자들은 깃털이 다 뽑히다 못해, 기름솥에 튀겨져 통닭이 되고 있다. 내가 정말 쌀소비 촉진을 위해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하자는 국회의원 같아 보일까 봐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아끼고 아끼다 지금 여기서 여러분들에게만 처음으로 공개하는 내용인데... 우리는 새가 아닐 수도 있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새에게 잡힌다.


괜히 일찍 일어났다가 잡아 먹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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