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야 방귀야 (6)
※ tvN의 "어쩌다 사장 시즌1 <9화>"의 내용을 편집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상에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던데...
TV 예능 중에 꼭 책같이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오늘은 그 속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물론 방송이라서 설정은 1도 없고, 100% 실제상황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그냥 보고 있으면 에세이나 수필 같은 느낌이 드는... 보고 있을 땐 넋 놓고 그냥 보게 되는데, 이상하게 스며들고 젖어들다가 빠져들어 몰입하는... 물론 연예인 출연한다. 세상에 연예인 걱정은 할 게 아니라지만, 우리 동네 이웃이 연예인이라면 말이 또 다르지...
'참 별걱정을 다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또 직접 들어보면 우리랑 별반 다르지 않은 얘기를 한다. 꼭 인기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가 나 좀 알아줬으면~, 내 진면목을 좀 알아봐 줬으면~'하는 욕망과 '괜히 나섰다가 잘못되면 어쩌지? 그냥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되나~'같은 불안, 불편... 이 두 가지 모순되는 감정을 항상 같이 갖고 살아간다.
돌직구
이런 대화에 뼈 때리는 돌직구를 스스로에게 날리는 이가 있었으니... 그의 정체는 슈퍼스타 연예인의 가족으로 또한 같은 연예계에 몸 담고 있는... 그래서 더 서글플 수 있는...
차태현 사장과 같은 드라마에서 연기했던 인연으로 예능에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사실 잘되진 않았다고... 어렸을 때는 장남이라고 집안의 기대와 대우를 한 몸에 받고 자랐을 텐데... 동생이 워낙 슈퍼스타이다 보니, 흔히 말하는 '그늘에 가려져 있는' 그 답답함을 이루 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리라.
동생과 터울도 꽤 차이 나서 (83년생 VS 88년생) 어쩌면 시작은 먼저였을 수도 있는데, 사회는 슈퍼스타의 형이라고 소개해야 그나마 알아준다.
속상해
배우 동현배와 차태현의 인연을 맺게 해 준 드라마의 출연진을 지금 보면 전부 스타가 됐다. 남들은 잘 나가고 있는데, 더욱이 같이 시작했던 이들은 상까지 받고 있는데... 자존감은 얼마나 낮아졌으며, 자괴감은 얼마나 들었겠고, 자존심은 얼마나 무너졌을까...
게다가 작년에는 통으로 쉬었다는데, 그렇다고 앞으로 잘될 거란 보장도 없고... 경력은 빈약한 채로 나이는 계속 먹어가고... 주어진 시간이, 아니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불안감으로... 거의 생매장급 공포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방송에서 나누는 대화는 '연예인의 삶'이라는 특수성에 갇히지 않았다. 잘 생각해 보면... 인생을 살아온, 살고 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반성, 깨달음, 성찰, 의지, 희망을 보여준다. 정석대로...
책에서만 보던, '인생은 이런 거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라는 문구를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눈앞에서 마주하며... 그렇게 성숙해 가는 '나'를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동료들과 나누는 장면은 아주 바람직한 교과서적인 훈훈한 모습 그 자체로 연출되었다.
그리고 선배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한마디! 캬~ 술을 안 마셔도 취한다. 취해~! 이래서 내가 술자리를 좋아했는데... 그렇게 취해서 살다 보니 건강이 나빠졌다. 그래서 격려와 위로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어쨌든 상처 입은 영혼에 따뜻한 치유의 손길로 은혜로운 축복을 내려주며 대화는 계속된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흘러가면 보통 바람직한 엔딩은 하나로 모아진다. '그래 내가 생각을 고쳐먹자! 내가 잘하자! 내가 더 잘하면 되지! 나만 잘하면 돼!' 그렇게 선언한다. '더더더'를...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해서, 더 잘하겠습니다."
여기에 두 선배는 더 좋은 대답을 해준다. '아~ 이래서 이 사람들이 오랜 시간 버티고, 살아남고, 결국엔 사랑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내려놓는다는 진짜 의미를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 의미는 낮추는 것도, 낮아지는 것도, 굴복하는 것도, 물러나는 것도, 뒤에 서는 것도 아니었다. 진짜 말 그대로 '그냥~'이었다. 장난 같이 툭 던진 이 한마디가 심금을 울렸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을 보면 '불안은 욕망의 하녀다'라는 말을 한다. '불안'이라는,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무너뜨리는 이 감정은 '욕망'을 시중드는 감정일 뿐이다.「보다 유명해지고, 중요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우리는 왜 불안한가?'라는 질문에 「삶은 하나의 욕망을 또 다른 욕망으로, 하나의 불안을 또 다른 불안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다」라고 한다.
그냥 살면 되는데, 행복해지려고 '더더더'를 다짐하며 자신의 불행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