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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질리다

그냥 노는데,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7)

by 철없는박영감
조금 많이, 많이 조금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요즘 자아존중감(self-esteem), 줄여서 자존감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것처럼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영 글쎄올시다'이다.


자존감 :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자존감"]


자존감을 높인다는 명제하에 '진리'라고 하면서, 방법론으로 '일단 손절해야 할 유형',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은 무조건 멀리해라', '오래도록 꼭 옆에 두어야 할 유형의 사람',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꽉 잡아라', '웃으면서 화내기', '웃으며 대처하기' 式의 글들이 조금 많이 보인다. SNS와 유튜브에서는 알고리즘으로, 책에서는 비슷비슷한 流의 제목으로...


그런데 이상하지? 자존감이 낮아지는 원인으로 "환경(타인)"을 마치 전부처럼 표현해 놨으니, 게다가 해결사도 아니고 '무작정 따라 하기'식으로 접근해 버리니 '영 아니올시다'이다. 그리고 해충박멸도 아니고, 퇴치해야 할 대상을 정해주는 것은 생각을 많이 조금 한 것 같다. 단지 팔로워 늘리고, 조회수 올리고, 판매부수 올리려는 상술 같다.


'간단히 쉽고 편하게'가 생활의 기준이 되어버린 세태가 그대로 반영돼서 그런가? 그래서 한때는 '무뢰한'이... 어느 때는 '소시오, 사이코패스'가... 요즘은 '나르시시스트 엄마'가 퇴치 대상으로 지목되어 한참 마녀사냥을 당했다.


끼워 맞추기


앞서 나열한 식의 글들을 보면 그 속에서 말하는 유형에 하나도 속하지 않는 사람은 신에 가깝다. 아니 신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 즉 어떤 사람이든 몇 가지씩 그 안에 언급되는 유형에 속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방법론도 아니요... 그렇다고 진짜 해충 같은 사람을 구별해 내는 지침서도 아니다. 거칠게 얘기하면 그냥 싫은 사람을 싫어할 명분을 주는 끼워 맞추기식 퍼즐조각이다.


우선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는 절대 환경이나 남 탓이 아니다. 내가 나를 모르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진다. 그래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희망사항 말고... 진짜 '나'말이다. 거울에 비친 앞모습 말고... 숨겨진 뒷모습 말이다. 못난 모습, 지질한 모습, 약한 모습, 바보 같은 모습, 전부를 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결국 보듬게 되면 자존감은 자동으로 높아진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나를 먼저 위하고, 생각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말들은 조금 많이 진리에서 벗어나있고, 범위를 많이 조그맣게 축소해 놓았다. 자존감은 내 문제다. '관계'와는 크게 상관없다. 맞다. 그 어렵다는 나와의 싸움이다. 그리고 나를 편하게 해 줘서는 절대 자존감이 올라갈 수 없다. 스스로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옥죄고 몰아세워야 한다. 나를 소중히 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우쭈쭈 우쭈쭈 과잉보호하는 게 아니다. 이제는 나한테 솔직해지고 싶다. 그리고 점점 솔직해지고 있다.


그러고 싶다. 그래 꼭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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