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남자의 엄마 (제16화)

윗 집 빌런! 아랫집 상전! 앞 집 꼴통 (Spin-Off)

by 철없는박영감
제16화


"엄마 아들 여깄잖아요? 눈앞에 아들 두고 누구를 부르라는 거예요?"


너무 뜬금없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세영의 대답에 미영이 적잖이 놀랐다. 갑자기 어디서 이런 대답이 불쑥 튀어나왔는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즉흥적으로 대답했는지... 그는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자신의 입을 한 대 때리고 싶었다. 아마도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소망이 그에게 AI같이 가장 쉽고 효율적인 경로를 찾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적절치 않은 반응이었음은 확실했다.


그리고 동시에 언젠가 한 번은 꼭 이렇게 하고 싶기도 했다. 주워 담을 수 없게 뱉어진 이 말 때문에, 아니 덕분에 세영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마치 제설작업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것처럼, 그는 가족을 배웠다. 그렇게 인생에 새로운 부대낌이 늘어나는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새로웠다. 아니 좋았다.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내적인 결론까지 내렸다.


양연도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자신을 은호라고 주장하는 이 청년이 영 낯선 느낌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본 듯한 외모에 점점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이 사람이 은호가 아니면 누가 은호겠냐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찌 된 영문인진 모르지만,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 누워있었고, 보호자로 병실 밖에 서 있는 아들 뻘의 청년은 정황상 은호가 아닐 수 없었다. 본인이 이 남자의 엄마가 확실했다. 아니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응? 네가 은호라고? 정말...? 정말 은호 맞니? 우리 아들 은호 맞아? 그래... 맞는구나... 우리 아들... 은호 맞는구나! 흑흑... 어디... 얼굴... 한 번... 보자"


더 이상의 의심은 아들과 재회의 기쁨을 누릴 시간만 줄일 뿐이었다. 양연은 잡생각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영은 이상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무슨 감정일까? 그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쫑이를 처음 만났던 날 이후로 그의 가슴에 한 줄기 금이 가고 나서부터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증상이 점점 자주 나타났다.


연역적인 (deductive)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이 시간의 창밖은 여전히 흑백사진 같았다. 세영은 이 시간의 창밖 풍경을 아직도 좋아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애써 칠해놓은 색이 바래질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낮에 더 시끄럽게, 더 소란스럽게 바래져야 색이 많이 빠지고, 색이 많이 빠지면 새벽의 풍경에는 여백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새벽은 날마다 새로웠고, 그 새벽을 맞이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매일매일 새로운 날이 시작됐다.


쫑이가 꼬리를 흔들며 세영에게 다가와 아침 의식이 끝났음을 알리면, 그는 양볼을 손가락으로 밀어 올려 미소 짓는 표정을 만들고, 경쾌하게 노크를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안방의 인기척을 조용히 확인하지 않았다. 방 안에서 일어났다는 양연의 목소리가 들리면 그는 문을 열고 그녀의 혈압약을 챙겼다.


"엄마... 일어나서 혈압약은 드셨어? 일 마치고 와서 밥 해드릴게... 밥 먹고 약도 드셔야 되니까... 저 얼른 갔다 올게요?"


"어! 잘 잤어? 약은 먹었고... 조심해서 다녀와! 내가 밥 해놓을까?"


"아니에요 엄마... 갔다 와서 내가 해도 돼... 아~ 배고프시면 저기 귤 좀 갖다 드릴까?"


"아니... 아침부터 귤은 무슨... 아침부터 일하고 돌아오면 배고플 텐데... 빨리 밥 먹을 수 있게 내가 밥만 해놓을게... 와서 국만 끓여줘... 내가 요즘 냄새를 못 맡아서 간이 안 맞아서 국을 못 끓이겠다..."


"그럼, 그럴까요? 오늘은 뭐 특별히 잡숫고 싶은 거 있어요? 올 때 가져올게..."


"그래? 그러면... 고추 있으면... 아삭이 고추... 아침에 쌈장 찍어 먹으면 아삭아삭하니 기분 좋아질 것 같은데..."


"알았어요, 엄마! 그럼 다녀올게요... 문단속 잘하고 쫑이랑 조금만 같이 계셔..."


"응, 다녀와~!"


'철컥, 띠리릭~!'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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