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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Apr 29. 2024

'남김없이 깨끗하게'보다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2024년 04월 넷째 주

자연스럽게...


    주말이면 저희 집에서 삼겹살 파티가 벌어집니다. 왜냐하면 밖에서 돼지갈비 1인분이 19,000~22,000원인데, 같은 돈으로 마트에 가서 세일하는 목살이나 삼겹살을 사면 1kg 가까이 살 수 있으니, 굳이 밖에서 4~5배 더 주고 먹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선 거죠. 게다가 집에서는 다른 반찬 없이 그냥 김장 김치에만 싸 먹어도 맛있고, 소주나 막걸리 같은 주류값은 음식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습니다.


    물론 씻고, 차리고, 다 먹으면 정리하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맛있게 드시는 부모님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져서 수고로움보다는 기쁨이 더 큽니다. 게다가 엄마가 집에서 누가 차려주는 밥 먹는 게 소원이라는데, 그런 쉬운 소원 하나 못 들어드리겠어요? 비싸게 주고 산 식탁 활용도 할 겸, 그리고 실제로도 고기 굽고, 밥만 하면 되는 거라서 크게 고생할 일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가성비 甲입니다.


    셋이서 돼지고기 1kg은 엄청 많은 양입니다. 오래간만에 배 터지게 먹었더니 몸에 무리가 와서 한동안 또 앓아눕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에 실컷 드시고 가셨는데, 일요일에 아버지가 또 전화를 해서는 엄마랑 조금 있다가 가려고 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힝~ 이제 겨우 설거지 다 끝냈는데, 어제 준비하느라 수고했다고 5만 원을 쥐어 주시더니, 아버지는 다 계획이 있었나 봅니다.


모순


    연속 이틀 삼겹살은 무리였습니다. 속이 니글니글하더군요. 고기 줄어드는 속도가 어제와는 다릅니다. 희소성의 원리가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 것일까요? 역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한번 하고 나면, 한참 있다가 다시 해야 만족감이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어제 파티의 여파로 몸이 아파서 많이 못 먹고 있는데... 불판 위에서 기름기가 쪽 빠져서 점점 딱딱해지는 삼겹살을 보고 있자니 그냥 둘 수가 없더군요.


    평소 신조가 '남의 생명을 취해서 배를 불릴 때는, 남기지 말고 알뜰하게 먹어서 최대한 활용을 하자! 그래서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자!'입니다. 음... 살찌기 딱 좋은 생각이죠? 아마 그래서 그렇게 살이 쪘었나 봅니다. 거기다 예전 군대에서 사람 수대로 음식 시켰다가 모자라서 선임들에게 뒤지게 욕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뒤로는 음식은 무조건 남게 준비합니다. 하하하 모순이 심하네요...


    그렇게 열심히 젓가락 질을 했건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죄책감이 들더군요. 과식하면 앓아누울 정도로 아프면서, 식탁은 또 푸짐하게 차려서 식욕을 돋워야 하고, 배 터지게 먹어야 수저를 내려놓은 모습이 참 탐욕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탐욕의 결과는 고지혈증 등 각종 순환계 질환, 그리고 비만 등 스스로 자신감을 깎아 먹는 외모변화입니다. 음...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에 경종을 울려야겠습니다.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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