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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면 대체로 현명하다

살아보면 별거 없다

by 철없는박영감
그러니까 밥그릇 개수를 따지는 것이다


오래 살았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많다는 것이고, 경험이 많다는 것은 윤회의 큰 흐름을 대충이라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가보지 않아도,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시간이나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림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길게 봤을 때 결말 혹은 결과는 모두 다르다. 그러나 짧게 보면 지나게 되는 길은 다양하면서도 그 안의 과정은 엇비슷하다. 그래서 오래 살면 대체로 현명하다.


갈림길에서 A를 택하면 어떻게 되고, B를 선택하면 어떻게 될지 대충이라도 안다는 말이다. 그러니 나이를 따지고... 학년, 학번을 따지고... 빠른 생년을 따지고... 동갑이면 생일을 따지고... 지금까지 먹은 밥그릇 개수를 따지는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감각기관이 퇴화하는 게 아닐까... 망상을 해보기도 한다. 앉은자리에서 눈 감고도 다 알 수 있으니... 감각기관이 뭐가 필요한가.


농경사회가 끝나고, 산업혁명의 시대도 저물어가며, 4차 산업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초고속 기술 발전의 시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세상이 펼쳐졌다.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새로운 사회적 약자로 대두되고 있다며 걱정을 많이 하지만, 음... 과연 그럴까? 잠시 잠깐의 불편, 불리함은 있겠지만 인간이 윤회의 큰 흐름으로 회귀한다는 진리가 바뀌지 않는 한... 항상 젊은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왕 망상을 쓴 김에 조금 더 생각을 펼쳐본다. 어쩌면 노인들은 천대받고 무시당하기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그들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돈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래 살았다는 것은 대체로 축적한 자본이 많다는 소리고, 돈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면 이길 방도가 없다. 다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수입을 늘리려는 경제논리가 작용했을 뿐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은 꼰대니, 틀딱이니, 개저씨니, 개딸이니... 이상한 딱지를 갖다 붙이면 나중에 후회한다. 자신 있게 단언컨대, 전부 나중에 돌아오게 돼있다. 스마트폰 이것저것 알려달라는 부모님께 짜증 내고, 답답해할 필요 없다. 그냥 안 알려주면 된다. 답답한 사람이 먼저 굽히고 들어오게 되어있다. 라떼 신공을 펼치는 OB에게 스트레스받고, 맞다이 뜨자고 길길이 날뛸 필요 없다. 나만 손해다. 내버려 두면 지치게 되어있다.


사실 오래 산 사람들의 말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허세, 허영, 잔소리를 빼면, 인생에 진짜 도움 되는 말이 많다. 알아서 걸러 들으면 들어줄 만하다. 그게 싫으면 책을 읽는 건데... 이런저런 철학자 혹은 여러 종교의 말씀들을 종합해 보면 거의 일맥상통한다. 오래된 것이 꼭 구닥다리 유물이 아닌 것처럼, 새로운 것이 늘 옳고 좋은 것은 아니다. 살아보면 별거 없다는 말... 나도 그런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현명해져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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