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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May 20. 2024

한참 지난 후에... (후회)

2024년 05월 셋째 주

스승님 오신 날


    안녕하세요. 철없는박영감입니다. 요즘 많이 두문불출하고 있지요? 연재를 멈춘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은 것 같습니다. 이번 앓이는 좀 끈질기네요. 두통이 너무 심해서 쓰기는커녕 읽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완전히 손 놓고 있지는 말자'라는 생각에 이렇게 간간히 가볍게 일기를 써서 발행을 하기는 하는데,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습니다. 자꾸 핑계만 반복하는 것 같아서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까 봐 걱정됩니다.


    이번에는 주말에 있었던 일은 아니고, 지난주 수요일에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오래간만에 학교를 다녀왔습니다. 졸업하고 잘 안 갔으니까... 한 15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지난주 수요일은 '부처님 오신 날'과 '스승의 날'이 겹친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스승님 오신 날'이라고 저 혼자 이름 지었습니다. 교수님을 찾아뵌 것은 아니고요. (졸업논문 때문에 너무 귀찮게 해 드려서 감히 낯짝을 비출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성우 학원 때 가르쳐주셨던, 퇴사하고 브런치 처음 시작할 때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셨던, 성우 선생님이 이곳으로 이사했다고 해서, '한번 가야지 가야지'만 하다가 2년 만에 드디어 찾아갔습니다. 주중 휴일이라 많이 모이지는 못했고, 저 포함 3명 정도? 약속은 3시였고,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카톡에는 휴일마다 비가 온다며 못 오는 안타까움에 불평들을 늘어놓는 친구들도 있더군요.


한참 지난 후회


    저는 오랜만에 가는 학교라서 한 번 둘러볼 겸 12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의정부에서 50분 정도 걸리니까 약속장소에 30분 일찍 나가있다는 계산으로 1~2시간이면 비 오기 전에 추억을 장소들을 둘러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나섰습니다. (저 J 맞는 것 같죠?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요? 구닥다리 공대건물이 없어지고, 깔끔했던 신축 건물들과 시설들은 이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더군요. 나이를 먹었습니다.


    학교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연락을 하고 있는 친한 동기 몇 명이 모인 단톡방에 사진들을 올렸습니다. 하하하.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잠시 후, '무플방지위원회' 출동으로 동기 중 한 명이 '기억이 없어'라는 톡을 남겼습니다. 저도 '사는 게 힘들어서~ 알았어 그만 보낼게 ㅋㅋㅋㅋㅋ'라고 하고, 진짜 혼자만의 시간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학교를 둘러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아직도 막걸리 냄새 진하게 배어있는 과방이며... 점심시간 수없이 밥 먹었던 딱 하나 남아있는 그때 그 시절의 식당이며... 도서관을 가고, 열람실을 기웃거리며 그 안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을 보고 있으니, '아~ 나도 그때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할걸...'이라는 한참 지난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그렇게 참회의 발걸음을 옮기던 중... 갑자기 기숙사가 떠올랐습니다. 새내기 때는 그렇게 들어가기 싫었던 곳!


    이번에 올라가 보니 5분? 10분이 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더군요. 지금 같으면 그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공강시간이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커피 한잔 마시며 독서 삼매경에 빠졌을 텐데.... 그때의 저는 그 행복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고즈넉한 기숙사를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길에 상가 유리창에 제 모습이 비쳤습니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비친 내 모습을 정말 싫어했는데...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를 너무 사랑하고 그리워 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얘기 후배들에게 하면 꼰대 소리 듣는 거겠죠? ㅎㅎㅎ 하지만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무슨 짓이든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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