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없는박영감 Jul 22. 2024

다래끼

2024년 07월 셋째 주

DETOX


    안녕하세요. '철없는박영감'입니다. 장마와 폭염, 결국 태풍까지... 한동안 억수같이 비를 뿌리고 푹푹 찌기를 반복했습니다. 저희 옆으로 흐르는 중랑천도 거의 바다를 이뤘다가 물이 빠지기를 반복하면서 산책로 위로 온갖 쓰레기, 풀, 나뭇가지 그동안 소화하지 못하고 쌓아만 뒀오물들을 전부 토해낸 듯이 끄집어 내놨네요. 자연이 디톡스를 한 것일까요? 염증을 유발하는 독소를 전부 배출해 낸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비가 그쳐도 당분간 조깅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잠깐 하늘이 개어서 오래간만에 천변으로 달리러 나갔는데, 메탄가스를 내뿜는 듯한 오물들의 악취에 숨을 쉴 수가 없더라고요. 달리면서 독소를 더 제 몸에 밀어 넣는 느낌이랄까... '슈뢰딩거의 고양이, 모르는 게 약'이라며 뉴스를 안 보니까... 봐도 대충 헤드라인만 보고 넘기다 보니까...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는데, 저에게 이런 식으영향을 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루는, 비는 그쳤지만 습도가 높아서 제습기를 틀어놓고 잤는데, 침대 시트가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다가 새벽에 결국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거실로 나와보니 습도는 60%인데, 실내온도가 29~30도를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습기를 끄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습하고 더운 바람이 훅 들어오더군요. 그래도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젖은 침구 벗겨내고, 샤워하고, 옷도 갈아입고, 새침구를 깔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바람이 분다


    그런데, 잠시 후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후드득하며 굵어지다가 돌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방충망이 요동을 치면서 거의 떨어져 나갈 것 같이 거세게 바람이 불더군요. 자다가 식겁해서 얼른 창문들을 닫으러 갔지요. 그런데 창문을 닫으면서 바람길이 좁아져서 그런지 닫을수록 집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세지더군요. 그러다가 방충망에 붙어있던 먼지들이 '훅'하는 돌풍과 함께 그만, 제 눈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눈이 따끔거리더군요. 그래도 참고 창문을 다 닫았습니다. 전셋집인데, 깨지기라도 하면 대략 난감이니까요. (하하하 '대략 난감' 너무 아재삘 나나요?) 겨우겨우 창문을 다 닫고 욕실에 와서 물로 눈을 헹궜습니다. 빨갛게 충혈됐더군요. 샤워기를 틀어서 눈에 깨끗한 물을 흘려보냈습니다. '괜찮겠지'하고 잤는데, 일어나 보니 눈이 엄청 뻑뻑했습니다. 그래서 인공눈물을 넣기 시작했죠. 그래도 뻑뻑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갑자기 눈에서 '뿌직'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놀라서 거울을 보니 눈동자로 고름이 터져 나와있더라고요. 다래끼였습니다. 그제야 눈꺼풀 안쪽으로 통증이 느껴지더군요. 살짝 까봤더니 노랗게 농이 찬 혹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아~ 제 몸에 쌓인 독소는 이렇게도 터지는가 봅니다. 자고 일어나면 밤사이 터져 나온 농이 눈꺼풀 사이에서 굳어서 딱 달라붙어 눈이 잘 안 떠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병원 갑니다. 뭐가 이렇게 자꾸 아픈지... 다래끼야 아픈 축에도 못 들지만... 어쨌든 병원 갑니다.


흑흑흑
매거진의 이전글 흘려보내는 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