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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Aug 04. 2024

나의 정의로 너의 권리를 구속할 수 없다.

주말에 뭐 했어요? (22)

벌써 일 년


    안녕하세요. '철없는박영감'입니다. '폭염'이라는 말로도 모자를 정도의 더운 날, 더운 밤입니다. 7시 즈음 그림자가 좀 길어진 것 같아서 에어컨을 끄고, 찬물 샤워로 몸을 좀 식힌 뒤에 선풍기만 틀어놓고 9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요. 1시간도 못 자고 땀범벅이 돼서 깼습니다. 다른 집들이, 밤에도 에어컨으로 여전히 열기를 뿜어내고 있으니, 찬물로 식혀도 금방 더워지나 봅니다. 몸이 식은 사이에 재빠르게 잠들었는데, 금세 깨버리네요. 다시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음... 안됩니다. 실패! 


    흐흐흐 그래서 브런치 좀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찬물 샤워로 몸을 식히고 재도전하려고 합니다. 그때다른 집들도 에어컨 끄겠죠 뭐... 혼자 지내다 보니, 좀 더워도 에어컨을 잘 안 틀게 됩니다. 절약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혼자 있는데 에어컨으로 공간을 식힌다는 게... 음... 어르신들 말씀을 빌리자면, 돈이 썩어 나는 낭비 그 잡채인 것 같아서... 되도록 집 근처 도서관으로 피서를 갑니다. 다만 요즘 코로나가 다시 유행한다는 말에 마스크 잘 챙겨 쓰고, 사람들 많이 없는 곳에서 머물다가 돌아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시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두통과 통증으로 한동안 책을 못 읽었는데, 그래서인지 역시나 읽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의정부로 이사오기 전에 마이클 샌델의 책 3권을 샀었는데... 벌써 일 년이 지난 지금 겨우 첫 번째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 읽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와 눈이 아파도 책이 너무 안 읽혀서... 나이가 들어서 문해력이 떨어졌나? 이제 뇌의 노화로 이해를 잘 못하나? 살짝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집어든 '인비저블'은 점심 먹고 읽기 시작해서 벌써 절반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다시 읽어보니 책이 어려운 겁니다. 어려운 이유가 문장을 어렵게 번역을 해놨습니다. 접속사들이 평상시 쓰이던 것과 좀 다르게 쓰여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원래 철학책들이 좀 그런 면이 있잖아요?) 어쩌면 제가 우리말을 아직 잘 몰라서... 더 공부해야 돼서 그런 건지도 모르고요. 흐흐흐. 어쨌든, 어렵게 어렵게 읽어 낸 '정의란 무엇인가?'의 결론은 '사회에 무관심, 회피, 방관하지 말고 참여하라'였습니다. 저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사실 요즘 '슈뢰딩거의 고양이' 운운하며 '뉴스'를 멀리하고 행복해졌다고 말하고 다녔는데요, 음... 음... 음...


    어쨌든, 하여간, 하여튼, 어떻게 됐든... 저 결론이 나기 전에 나온 이 문장에 저는 더 공감이 갔습니다. 좀 길어서 압축하자면,


 '나의 정의로 너의 권리를 침범할 수 없다.'


수용하는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말이 나왔는데요. 조금 더 제 식으로 바꾸면 '나의 정의로 너의 권리를 구속할 수 없다'로 표현하겠습니다. '침범'이란 낱말을 쓰면 '나의 정의 (도덕, 종교적 신념 포함)'가 뭔가 잘못한 것 같으니까요. 


    '수용'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좀 거리감이 있었나 봅니다. '과연 나는 수용적이었나?' 생각을 해보면, '들으려고 한 적이 없는데... 뭘 수용해?'라는 대답이 나오더군요. 음... 네... 그렇습니다. 저는 듣는 척을 하고 있었습니다. '답정너'라고 하죠? 요즘 말들은 가만히 듣고 있으면 탓하는 것 같아서 은근히 기분 나쁩니다. 들었을 때는 모르다가도 뒤돌아서서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괘씸한 표현들이 많습니다. 에어컨 열기처럼 잠 못 들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너는 짖어라. 나는 내 갈 길 간다'로 잘못 변형시킨 것 같습니다. '수용'이라는 거리감 있던 낱말에 공감이 가니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더 행복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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