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버둥

먹고 죽을래도 없다. (3)

by 철없는박영감
손님구함


오늘 한글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아침 댓바람부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드라이브 가자고... 그런데 맑은 하늘을 보고 똑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는지 도로에 차가 꽤 많았다. 원래 계획은 연천, 동두천을 거쳐 컨디션이 좋으면 철원까지 한 바퀴 돌고 올 계획이었는데, 차가 막히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잘못 다녀왔다가는 또 며칠을 드러누울 수도 있었기에 계획을 틀어서 익숙한 광릉수목원 코스로 향했다.


광릉수목원 끝자락에는 봉선사라는 큰 절이 있는데, 지난번 까지는 무료 주차였다. 그래서 여기에 차를 대놓고 산림욕 코스로 산책을 다녀오곤 했는데, 이번에 갔더니 유료주차로 바뀌어 있었다. 많이 비싸게 받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집 근처에 또 하나의 좋은 공짜 나들이 코스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사찰 내부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 한 시간 반 무료 주차라고 하니 나중에 이걸 한 번 이용해야겠다.


어쨌든 그렇게 돼서 익숙한 계획도 다 틀어지고... 밥이나 먹고 돌아가자는 소리를 셋이서 동시에 넋두리처럼 내뱉었다. 포천에는 우리 가족 단골 순댓국 집이 있다. 전국에 체인점이 있는 대박집인데, 여기저기서 먹어 본 결과, 본점만큼 하는 곳이 없었다. 본점은 매장이 워낙 커서 줄 서서 먹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문지방이 닳도록 사람들이 들락날락한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요즘 같은 날씨에 뜨끈한 순댓국은, 내 몸을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 활기차게 해 준다. 그래서 이 집 순댓국은 최애 외식 목록 중에 하나다. 그런데 한 번씩 이 집 순댓국 맛이 변할 때가 있다. 정확하게 이유를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날엔 안에 들어간 고기나 순대량이 좀 많아진다. 국물 맛이 모자란 보상을 해주는 듯이 말이다. 그래서 추측건대... 육수 통 설거지를 했던가... 우려내던 뼈를 바꿨던가... 뭐 이런 비스름한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변해버린 맛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 집이 장사가 잘 되더니 초심을 잃었나?'라는 생각에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앞을 지나다가, '오랜만에 한 번 가볼까?'라는 기류가 차 안에 불었다. 게다가 변해버린 맛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해졌기 때문에, 큰 반대 없이 다시 방문하게 됐다. 그리고 그날엔 돌아온 초심의 맛을 다시 한번 느끼며 '역시 이 맛이야!'를 외치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맛이 좀 이상한 날에는 '아~ 오늘이 그날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그렇게 10년이 뭐야... 우와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게 20년 넘게 다녔다. 오호호. 세월이 참 빠르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이 넘도록 이 집만 이렇게 안 변하고 있다. 주변 상가에는 이런저런 가게들이 창업했다 폐업했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오늘 아주 독특한 신장개업 집을 발견했다.


순댓국집 맞은편에 새롭게 자리 잡은 타이어 집인데, 가게 앞에 줄을 지어 '손님구함'이라는 깃발을 내걸어놨다. 나에게는 굉장히 신박한 호객이었다. 아마 우리 아버지 같은 분은 저런 깃발을 내건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라도 한 번을 갈 거다. 그러면 엄마는 쓸데없는 짓 한다고 바가지를 긁겠지... 하하하 어쨌든 그렇게 호기심에 한 번 와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간파했는지 매장 조금 안쪽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백 명이 한 번 오는 가게보다, 한 명이 백 번 오는 가게로 만들겠습니다.'


히히. 그 사장님 진짜 누군지 센스가 있다. 뭐 그 뒤에 더 붙어 있는 '파격할인'이라는 단어 때문에 내가 갈 일은 없을 듯하다. 이유 없이 너무 싸면 나 같은 의심병 중증환자들에게는 머릿속에 바로 '경고'등이 울린다. 요런 식의 호객 행위? 마케팅? 이 IMF 시절에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이 진짜 힘든 시기는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외환위기였나? 그때 혜성같이 등장했던 천 원 김밥... 정말 점심으로 많이 사 먹었는데... 곧 그런 비스름한 가게가 나온다면...


다들 단단히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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