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죽을래도 없다. (4)
하시는 분도 많이 힘드시죠?
예전 경제 전문가들은 불황이면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며 미니스커트 경기 지표론을 말했다. 분명히 뭔가 근거가 있었겠지만, 속 시원하게 제대로 분석한 이는 별로 없다. 그냥 관심 끌기用 카더라 뉴스였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립스틱 효과'라는 것이 거론되는 것 같다. 불황에는 명품을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명품 립스틱으로 소비를 돌린다나 뭐라나? 요즘말로 '뇌피셜'에 가까운 말이다.
IMF, 외환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코로나 등등... 공황까지는 아니지만 국가 재난급 불황을 몇 번 겪어보니 나에게도 나름 불경기를 판단하는 '뇌피셜'級 지표가 생겼다. 어제 말한 천 원 김밥이 그렇고, '타이어 신발보다 싼 집'같은 파격 세일 가게들의 등장이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드사의 마케팅이 그렇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대변되는 텔레마케터들의 공세가 재개된다.
카드사들은 불황이 되면 치솟는 금리에 그동안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기 시작한다. 12개월... 길게는 36개월까지 제공되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확 줄이거나 무이자 할부 자체를 없애기도 한다. 고객들과 헤어질 결심을 한다고 할까. 그러다가 경기가 더 안 좋아지면, 먹고 죽을래도 쓸 돈이 없어진 사람들을 시작으로 카드 사용을 줄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슬그머니 다시 무이지 할부 혜택을 들고 나온다.
'이 문자를 수신하신 고객님들께만 특별히 전 가맹점 2~5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며 마케팅 문자를 슬쩍 발송하기 시작한다. 한동안 사랑 안 해줘서 고마웠는데... 갑자기 전화해서 사랑고백하기가 좀 그런지 문자를 시작으로 슬슬 수위를 높여가기 시작한다. 아마 실적 때문이겠지? 이런 마케팅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더 심해진다. 그리고 스마트폰에는 '#뭐야이번호(은행, 카드)'라는 부재중 전화가 쌓인다.
전화벨 소리가 시끄러울 때는 거부를 누르기도 하고,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를 때는 받아서 그냥 끊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심심할 때는 '무슨 얘기하려나 한번 들어 볼까?'라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전화를 붙들고 시시덕 거리기도 한다. 이건 어릴 때부터 안 좋은 버릇이기도 하다. 사람 갖고 노는 교만함... 어릴 땐 '너희들도 뭐 내 허락받고 전화했냐?'라는 식으로 남 탓을 하기도 했지만... 이건 엄연히 그들의 신성한 직업이다.
용건 없으면 안 받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