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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6시간전

일관(一貫)의 문제

먹고사는 문제 (8)

영원불멸 : 변하지 않음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 동안이나 노화방지, 슬로에이징을 위해 거금을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금속 원소중 이온화 경향이 가장 낮은, 즉 쉽게 산화하지 않는 금을 최고의 안정자산으로 삼고,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를 최고의 보석을 여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생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통과의례처럼 필연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많은 사건에 영원불멸을 약속하게 한다. 불변의 진리라는 성서나 법전에 손을 얹고 앞으로 사회의 율법에 따르겠노라고 맹세하게 하거나, 영원한 사랑에 그것을 증명해 줄 징표가 필요하다고 한다. 취업을 하면 출근 첫날 비밀 유지와 동종업계로의 이직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하거나, 보험을 들 때도 작은 글씨라서 도통 알아볼 수 없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라고 한다. 오른손을 들어 올리는 행위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한낱 도장 찍힌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계약서가 영원불멸을 약속해 줄 수 있을까?


성장 : 변하지 않으면 안 됨

    

    이런 세태가 반영돼서 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매우 크게 질타하는 문화가 강하다. 하지만 일관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면, 그 덕목은 현실과 맞지 않다. 우리는 모두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하며, 새로운 관점과 경험을 통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타인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비판하기만 한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변화는 쉽게 받아들이면서도, 타인의 변화를 비판하는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나를 찾아서'라며 상처를 치유했다는 에세이를 많이 쓴다. 이러한 감성팔이식 에세이나 '밥에서 쌀맛 난다'는 식의 설루션을 내놓는 자기 계발서들은 결국 변하지 않는 가치를 요구하는 듯 보인다. 고전과 다를 바가 없다. 작자 본인의 생각과 경험이 변한 것에 대한 인식이 없다. 본인의 관점으로만 에피소드를 재구성하면서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화법을 보여준다. 부끄럽지만 나도 여기에 한 몫했다. 그리고 더 부끄럽지만 글을 매일 쓴다는 것이... 아니지 매일 발행한다는 것이 굉장히 건방지다는 것도 깨달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런 현상은 그때그때 유행하는 사조에 따른 감정적인 치유와 자기 발견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도 보인다. 정신질환만 봐도 분노조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 최근의 ADHD까지 유행에 따라 진단율이 달라진다. 심할 경우, 다른 이의 투병 수기를 보고 자신도 정신질환자라고 착각한다. 병을 위한 병이라고 할까?


자비: 에라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이런 책들이 잘 팔린다. 상품으로써는 최상품이다. 하지만 독자들에게는 일시적인 위안만 줄 뿐,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나 성찰은 방해할 수 있다. 독자들은 책 속의 불행한 이야기를 위안 삼아 자위를 하며, 핵심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막장드라마를 욕하면서도 계속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감과 위로는 개인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공동체적 관점에서 볼 때는 무질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더욱이 희생이라는 숭고한 개념을 왜곡시킬 위험도 있다.


    에라 모르겠다. 여기서부터는 나도 유체이탈 화법이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아~ 새로운 자세는 아니다. 이미 수천 년 전에 부처님이 설파하신 내용이니까. 세상을 자비롭게 바라보는 것은 단지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세상의 변화에 '에라 모르겠다'하고 토 달지 않는 것이다. '이미 벌어진 것은 그럴만하니까 벌어진 것이다'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자비는 세상과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의미한다.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진정으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더 큰 정신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자비는 우리를 더 행복하고, 더 평화로운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수치심, 자기모순에... 


자비라는 한 줄기 광명이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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