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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이유? 목적? 까닭?

다만 저를 위해 쓸 뿐입니다.

by 철없는박영감
If I were you


제가 여러분이 되지 않는 이상, 저는 여러분의 어려움과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위로하고, 치유할 수 없습니다. 만약 신(神)이 아닌 누군가가 그럴 수 있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 위선(僞善) 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위선이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한 꼬집 정도의 오만과 교만이 첨가되어 있을 겁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하나의 브런치북을 연재하며, 생각의 차원이 십원어치라도 더 나아진 것 같다는 기분에 '왜 작가가 되려고 했지? 왜 글을 쓰고 싶어 했지?'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도리어 제가 여러분에게 저의 어려움과 아픔을 이해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치유해 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상상한 이야기, 풀어내는 경험담, 스쳐가는 사유는, 뭔가 답답한 마음에서 전부 출발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입니다. 일 년 전, 이런 마음을 유치한 어린애의 투정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는 성숙한 인간이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다시 돌아왔네요. 앞으로 어떤 것이 튀어나올지 저도 잘 모르지만, 투정을 잘 포장한 뭔 가일 수도 있고, 이루지 못한 소망에 대한 대리만족일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유명해지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끈적끈적함, 질척거림은 조금 씻어낸 기분입니다. 저도 제가 뭘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極J형' 인간이라서 계획적인 것을 좋아하는데요. 앞으로 제가 뭘 할지 몰라서 더 즐겁다면 이해하시겠어요? 앞으로 계획할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계획을 실천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무책임하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꺼내 놓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꺼낼 때 신중하게, 대신 한번 꺼내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마무리 짓는 거... 그게 책임감 아닐까요? 글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조금은 더 알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의미로, 저를 위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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