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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거 "챠꺼~rr릿 케익" 인가요?

아~ 너무 심취했나?

by 철없는박영감
띵동~


오랜만에 스마트폰에 알림 소리가 울렸습니다. 브런치 라이킷에 강박이 생기는 것 같아서, 그동안 알림 설정을 꺼놓고 살았는데… 다시 울린 알림 소리~! 오호~ 카드사 자동이체 이벤트 당첨으로 발행된 스타벅스 음료 쿠폰이 3/9로 종료된다는 알림이었습니다. 어헛 그동안 집에서 드립 한, 카페인 2% 부족한 커피와 동네 저가커피에 만족해 오다가 간만에 찾아온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기회~! 놓칠 순 없었죠~ 그래서 봄바람도 살랑살랑 불겠다~ 만날 운동복에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고 다니다가 큰 마음먹고 다림질한 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그리고 모양 유지되게 신문지 쑤셔 박아 파우치에 보관 중이던 가죽 가방에, 요즘 유행인 '빽꾸'를 한다며 사놓은 짱구 피규어까지 달고 룰루랄라 설레는 기분으로 스타벅스 매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


동시에 여러 명의 직원분들이 반갑게 인사해 주는 이 기분! 히히 키오스크 앞에서 삭막하게 무표정으로 터치해서 주문하던 평소의 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목소리도 살짝 솔톤보다 더 상냥하게 말했습니다.


"저~ 혹시 이 쿠폰 여기서 쓸 수 있나요?"


"여기 앞에 스캔해 주시겠어요?"


사람이 주문받아주는 이 기분을 오랜만에 느껴서인지 공짜만 먹고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각 케이크도 하나 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요리조리 쇼케이스를 둘러보는데, 마침 맛있어 보이는 초콜릿 케이크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람 대 사람의 분위기에 기분이 업돼서, 누가 봐도 초콜릿 케이크가 확실한데, 한 번 더 물었습니다.


혹시 이거 "챠꺼~rr릿 케익" 인가요?


화끈!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이건 무슨 경우일까요? 해리포터 시리즈 몰아보기 부작용일까요? 분명 얼굴은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변했을 텐데~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차마 내색하진 않았지만, 주문받으신 직원분도 많이 당황하셨을 듯하네요.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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