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의 서사

惡의 서사 (2)

by 철없는박영감
왕년엔 말이지…


역사상 가장 오래된 '惡의 서사'를 하나 꼽자면, 타락을 들 수 있다. 타락은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을 의미하며, 그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타락천사 루시퍼다. 천사 시절, 신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루시퍼는 점점 교만해지며 천국의 왕좌를 노리고 반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결국 패배하여 지옥으로 추방되고, 타락한 루시퍼는 지옥에서 사탄으로 불리며 악마의 대명사가 된다.


이러한 타락의 서사는 단순한 악의 탄생이 아니라, 권력과 위치의 변화가 어떻게 인간을 변질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초심과 타락


직장 생활에서도 우리는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을 자주 듣는다. 흔히 도덕적 헤이나 나태함을 경계하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음... 이것은 기득권이 약자를 톱니바퀴로 전락시키는 악의 헤게모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권력과 위치의 변화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패션, 출판 산업계에서 이런 타락의 서사가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에 등장하는 한 편집자(야스이 役)는, 과거 열정적으로 주간지를 제작했지만, 폐간과 실패를 겪으며 점점 돈이 되는 기획만 진행하는 존재로 변해간다.


그는 팀 내에서 수익을 담당하며, 다른 사람들이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그의 이런 행태를 팀장부터 모든 팀원들은 눈감아준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에게 이용당한 많은 신인 작가들이 절필을 선언하게 되고, 그는 업계에서 '신인 작가 킬러'라는 악명을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타락의 서사다.


가해자의 서사 : 타락한 자들은 어떻게 변명하는가?


타락한 자들은 종종 자신을 가해자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왕년의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나는 순수한 의도로 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에서도 보았듯이 바로 '열정페이'다.


열정페이는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해 줬으니 적은 보수를 받아도 괜찮다'는 논리로 청년 구직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을 의미한다. 특히 대기업 인턴, 방송, 예체능계에서 많이 나타나며, 기성세대가 젊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가해자들은 처음에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배움의 과정이다'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 속에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루시퍼의 경고


어쩌면 성서 속 루시퍼(사탄)의 이야기는 이렇게 흑화 하는 인간의 모습을 경계하라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루시퍼는 원래 ‘빛을 가져오는 자’라는 뜻을 가진 존재였지만, 교만과 욕망으로 인해 타락한 천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었기에 반란을 일으켰다. 이것이 바로 타락의 본질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순간, 인간은 타락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타락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권력관계가 어떻게 악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서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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