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한 줄이 내 삶을 흔들 때 (4)
까놓고 말해서 무섭다고 하지만 그거랑 싫은 건 다른 거야.
오늘 가져온 대사는 일본 애니메이션 <괴수 8호>의 한 장면이다. 배경은 괴수가 출몰하는 일본. 재앙을 몰고 오는 괴수를 처치하기 위한 정예부대가 있고, 척살된 괴수의 사체를 치우는 처리반이 존재한다. 주인공은 이 처리반에 소속된 평범한 아저씨... 어릴 적 괴수 척살정예부대가 되고 싶었던 꿈을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한 채 현실에 안주한 그런 인물이다.
어느 날, 그는 뜻밖의 사건으로 반인반수가 된다. 마음은 사람인 채로 괴수로의 변신을 반복한다. 과거 울트라맨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지만, 울트라맨이 괴수라는 점이 다르다.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반인반수의 힘을 이용해 그토록 꿈꾸던 괴수 척살 정예부대에 들어가게 된다. 그 부대의 대장은 주인공이 동경해 마지않는, 그리고 첫사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동료들의 의심을 피해 가며 괴수들을 처치해 간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정체가 탄로 난 그는 격리된다. 하지만 이미 정이 들어버린 동료들. 전우애, 동지애, 인류애… 세상의 그 어떤 사랑을 갖다 붙여도 다 들어맞는 사이가 되어버린 그들은 머리로는 주인공을 떠나보냈지만, 가슴으로는 떠나보내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연락을 하게 된 장면에서, 동료들이 주인공에게 말한다.
“까놓고 말해서 무섭다고 하지만 그거랑 싫은 건 다른 거야.”
이 말은 단순한 감정의 구분이 아니다. 그건 인간됨의 증거다. 무섭다는 건 본능이다. 싫다는 건 판단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감정이 있다.
우리는 종종, 무서운 것을 싫어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 대사는 말한다.
“나는 널 무서워하지만, 그래도 널 싫어하진 않아.”
그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감정의 분리다. 괴수와 인간의 경계는, 힘이나 외모가 아니라 감정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현실에 적용해 보면,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운 낱말이 하나 떠오른다. 권위. 무섭지만 싫지 않다. 그런데 정말 권위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언제였더라? 권위는 내 미래를 던질 수 있는 곳이다. 동시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권위의 시대에 귀속됐던 본능의 세대와 탈 권위의 시대를 관통해 온 판단의 세대가 섞였다. 그 사이에서 감정이라는 괴수가 나타났다.
나는 묻는다. 당신이 인간이란 증거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