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감정이죠?
후회 = 이불킥 = 어제의 내가 못마땅함
퇴사를 하고 있으니 똥파리는 없어졌는데,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기온이 뚝 떨어질 수 있는 거죠? 이런 날씨에 출근 안 해도 되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그런데 흐흐 이제는 '철없는박영감'에 수식어가 더 필요하려나 봅니다.
'철없는 불우독거 박영감'
크크크 어쨌든 나름 온정의 손길이라고 친구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왜?"
이제 '여보세요'라는 말도 안 나갑니다. 주말 동안 카톡이 왔는데...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당분간 안성 망하라고 고사 지내느라 바쁘니까, 괜히 건들지 마라. 빵 터지는 수가 있다.'
라고 했더니, 깜짝 놀랐나 봅니다. 월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가 와서 드라이브를 가자고 합니다. 바다 보러 가자고요. 듣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청승맞게 무슨 바다? 백수 둘이서?'
이상하게 사람들은 퇴사하면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합니다. 영화와 드라마가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여기 있습니다. 싫다고 했지요. 무슨 바다냐고... 날도 이렇게 추워졌는데 제정신이냐고... 아줌마 정신 차리세요... 또 한 번 가식 돋친 농담을 건넸습니다.
뭐 어찌어찌해서, 차라리 그게 더 낫겠다며, 포천으로 귀농한 친구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차 안에서 이제 뭐 할 거냐고 묻길래. 난 원래 뭘 안 하던 사람이라 예전으로 돌아온 것뿐이라고 했죠. 그러면 안성에는 언제까지 있느냐고 묻더군요. 저의 가시는 잘 제거되지 않았습니다.
"내년에 지방선거에 안성 망하라고 진보진영 낙선 운동하고, 보수... 아니 '국민의 힘' 후보자 뽑아주고 의정부 우리 집으로 이사 갈 거지롱..."
헤헤헤. 편한 친구라서 스트레스를 그쪽으로 발산하게 됩니다. 반응이 재밌기도 하고, 제가 생각해도 어떻게 저런 참신한 복수방법이 있지?라는 자아도취에도 빠져봅니다. 하지만 자려고 누우니 말이 너무 많았다는 후회가 듭니다. 저는 또 이기기 위한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공격 스탠스와 친구의 방어 스탠스에 너무 심취하고 말았습니다. 자아도취에 빠졌던 저는 한동안 침대에서,
'아~ 이렇게 말할걸... 아! 그 말은 이렇게 받아칠걸...'
전략을 짜고 있었습니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죠? 차라리 아무 말 안 하고 있을걸... 후회, 이불킥, 어제의 나에 대한 못마땅함으로 가득 찬 잠자리는 개운한 아침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히히 사실 갓생을 살겠다며 달리기를 하려고 나갔다가 100m도 못 뛰고 돌아온 저의 현상태를 직시하기도 했고요. 그러고 보니 왜 퇴사를 하면 사람들은 운동과 다이어트를 시작할까요? 자기만족이라고는 하지만? 몸 만들어서 누구 보여주려고...?라는 생각도 듭니다.
퇴사 이후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예전과의 결별과 새로운 출발이라는 수식어는 너무 나르시시스트 같습니다. 대시 그 삶의 언어는 조금 더 짧고, 조금 더 웃기고, 조금 더 솔직해지겠죠?
네, 아마 그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