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의 방식 (2)
삶의 방식 : 다양성
겨울이 깊어질수록 따뜻함의 방식은 삶의 방식이 됩니다. 온돌과 온풍, 둘 다 공간을 데우는 기술이지만, 그 따뜻함이 몸에 닿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요즘 '어쩌면 이렇게 대비가 딱 될까?' 놀라며 이 두 난방 방식을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생활의 차이였는데, 지금은 다양성, 나아가 보수와 진보의 차이까지 생각이 뻗쳤습니다. 아직 정리가 덜 되었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발전시켜 볼 생각입니다.
온풍은 몸을 깨우고, 온돌은 몸을 눕힌다
온풍은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키며 기온을 컨트롤합니다. 강제적인 온풍기도 있고, 라디에이터 같은 스팀 방식도 있죠. 둘 다 피부를 자극합니다. 바람이 닿는 순간, 몸은 반사적으로 긴장하고 깨어납니다. 반면 온돌은 바닥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온기로 몸을 눕히고, 이완시키고, 잠들게 합니다. 온풍은 아침이고, 온돌은 저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온풍은 움직이게 하고, 온돌은 멈추게 한다
온풍이 있는 공간에서는 자꾸 움직이게 됩니다. 직접적인 바람을 피하려고, 건조함을 달래려고, 혹은 어딘가 더 따뜻한 곳을 찾아서... 아! '자꾸 움직이게 만든다'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온돌은 그 반대입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눕고 나면 일어나기 싫어집니다. 온돌은 정지의 기술입니다. 시체놀이와 궁합이 잘 맞죠.
온풍은 바쁘게 만들고, 온돌은 느리게 만든다
온풍은 일정한 속도로 공기를 흔들고, 그 속도에 맞춰 생활도 바빠집니다. 옷을 갈아입고, 물을 마시고, 피부를 관리하고... 이상하게도 사무실 같은 바쁜 공간은 대부분 온풍 방식으로 난방을 합니다. 온돌은 느립니다. 시간이 늘어지고, 말이 줄어들고, 생각도 천천히 흘러갑니다. 휴식의 공간은 온돌이 많죠?
온풍은 머리를 말리고, 온돌은 마음을 데운다
온풍은 머리부터 말립니다. 두피가 건조해지고, 그 안에서 모니터 화면과 마주하고 있으면 생각도 바짝 마르는 느낌입니다. 온돌은 마음을 데웁니다. 바닥에 닿은 척추를 따라 따뜻함이 올라오고, 그 온기가 감정을 부드럽게 풀어줍니다. 그래서 귤을 까먹으며... 혹은 식혜를 마시며... 속내를 터놓고 싶게 만들죠. 온풍은 기능이고, 온돌은 감정입니다.
온풍은 공기를 흔들고, 온돌은 바닥을 품는다
온풍은 공간을 흔듭니다. 소리도 있고, 바람도 있고, 공기의 결이 바뀝니다. 그래서 부산합니다. 팬소리가 디폴트로 장착되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온돌은 바닥을 품습니다. 고요한 열기, 무언의 따뜻함, 그 품 안에서 우리는 눕고, 쉬고, 살아갑니다.
온풍과 온돌은 단순한 난방 방식이 아닙니다.
그건 우리가 겨울을 어떻게 살아내는가에 대한 선택입니다. 빠르게, 효율적으로, 기능적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느리게, 따뜻하게, 감각적으로 살 것인가...
오늘은 기온이 낮더라도, 온돌처럼 마음을 품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