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나를 더 깊이 이해받고 싶다. (5)
가벼운 느낌으로 조정해도,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본사로 발령을 받고 기획관리팀에서 일할 때였다. 전국 영업지점을 관리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 팀이었는데, 그 단어 자체가 좀 무거운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브레인, 통제, 관리. 나는 그 무게에 갇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전 지점에 지침을 메일로 송부하면서, 분위기를 풀어보겠다고 초반부에 아이스브레이킹 멘트를 넣었는데 그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공장에서 근무할 때, 협업을 하게 되면, 좀 속된 말로 '진지충'이라는 평가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자원해서 온 본사, 여기서는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기획관리팀에 온 박 OO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이 만우절이네요. 거짓말 같은 올해 각 지점별, 개인별 목표 조정(안) 송부드립닏."
하지만 그 말은 영업사원들에게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개념 없이 “본사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농담처럼 포장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지점에서 근무하는 학교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거 네가 보낸 거 맞아? 지금 애들이 난리가 났는데? 웬 무개념 초짜가 하나 들어왔다고... 왜 이렇게 메일을 보냈냐? 거기에 오탈자는 왜 이렇게 많아? 누가 업무 메일을 이렇게 보내?”
이렇게 한소리를 듣고는 깨달았다. 유쾌함은 진지함을 덮는 장식이 아니라, 진지하게 순수함을 품을 때 비로소 힘을 가진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계산된 유쾌함, 환심을 사려는 얄팍한 웃음, 인기에 영합한 선심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아무 의도 없이, 순간의 솔직함에서 나온 유쾌함은 진지함과 어우러져 상대에게 더 깊이 닿는다. 욕을 배부르게 먹고 위축되어 있으니 부장님이 자기 따라서 지점 순회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전 지점과 생산공장에 인사도 할 겸 따라다니면서 저녁에는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지점과 회식을 했는데, 역시나 술이 좀 들어가니, 지점 차석급 선배들부터 나의 무개념 메일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냥 입에서 이 말이 툭 튀어나왔는데, 분위기가 180도 반전 됐다.
"죄송합니다. 영업을 글로 배워서..."
연인 간에 화해를 할 때, '미안해, 사랑을 글로 배워서...'라는 멘트가 인상에 남아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는데, 선배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너무 좋아해 줬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누그러지고, 시커먼 사내들만 모인 회식자리에서 눈치 없는 '귀염둥이'로 등극했다. 그리고 호프로, 노래방으로 2, 3차를 달리고, 나에 대한 부장님의 평가가 달라졌다. 공장에서 온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에서 술 센 팀원으로...
나는 그때 알았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도, 무게를 더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던진 말속의 진심과 순수함이 상대에게 왜곡되지 않고 전달되는 것, 그것이 곧 나를 더 깊이 이해받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