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utonomic nervous system
당연한 것이 당연해지지 않는 건 뭘까? 철학적으로 혹은 그냥 사유적으로 비슷한 말과 글을 참 많이 듣고 읽어왔다. 추상적이라는 것이 이러리라. 막연하게 알 것도 같은데 또 명확하지는 않고, 머리로 이해는 되는데 표현하거나 설명하라고 하면 촉발이 안 되는... 거대한 코끼리의 모습을 설명해야 하는 맹인들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요즘 오만가지 이유로 자다가 깨는 일이 반복된다.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소화가 안 되고 배에 가스가 차면서 눈이 번쩍 뜨이기도 하고, 머리 쪽으로 '찡'하고 피가 안 통하는 느낌, 가끔은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마비가 올 것 같다는 공포도 있다. 어릴 때는 잠을 설치는 이유가 걱정과 불안, 악몽이었는데, 나이가 좀 드니 생존의 영역이 새로운 요인으로 추가됐다. 걱정과 불안, 악몽 따위는 비할 바가 못된다. 예전엔 자고 나면 아픈 게 훨씬 나아지는 것이 당연했는데, 이제는 그게 당연하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또 아픈 데가 생기고, 이상함을 느끼는 곳이 생긴다. 내 몸의 항상성이 떨어진다는 느낌. 40대 초반의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 체력이 떨어진다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처음엔 두려움이었다. '회복불가능한 상태가 되면 어떡하지? 도움은 못 될지언정 짐이 되는 사람이 되면 어쩌지?' 그럴수록 커피를 끊고, 좋은 것만 먹으려 하고, TV를 끄고 창문을 열어 더 밖으로 산책을 나가려고 한다. '떨어진 자율신경계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떨어지는 속도라도 조절해야지...' 정말 다행인 것은 생각이 이렇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던데, 한번 겪어서 나름 면역이라면 면역이라고 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긴 것 같다. 여전히 자다가 벌떡 벌떡 깬다. 하지만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과나무를 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