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딱 백만 원만 더 안 생기나? 벌어도 모자라고, 안 벌면 당연히.
돈은 항상 모자란 것 같다. 아니 모자라다. 그게 정상인 것 같다. 항상 월급을 받으면 딱 100만 원이 모자라다는.., 그래서 딱 그만큼만 더 받으면 원이 없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지금은 경제활동을 안 하고 있으니 돈이 모자란 것은 당연하고 회사 다닐 때는 어땠는지 생각해 보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매번 절약해서 돈 좀 모아보겠다고 야심 차게 적금을 시작하지만 항상 9~10개월 정도 되면 부족한 카드값 때문에 해약하기 일쑤다. 6~7개월 잘 절약하다가 계절이 바뀌면 쇼핑 지름신이 강림하거나, 갑자기 초라해진 내 모습에 돈이라도 처발라서 회춘하겠다고 용을 쓴다. 가장 위험한 요인은 야금야금 늘어난 할부금이다. 써보지도 못한 돈이 매월 나가는 것 같아서 매번 속이 따갑다.
지금은 수입이 0원이다. 딱 100만 원이 있으면 원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100만 원만 있으면 한 달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이다. 진짜 그렇더라. 속을 들여다보면 일단 고정비가 어마무시하다. 관리비 20만 원, 통신비 5만 원, 보험료 15만 원, 기타 렌탈비 10만 원... 고정비만 절반이다. 먹지도 말고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간다. 나머지 50만 원으로 먹는 거, 입는 거, 바르는 거, 노는 거를 처리한다. 한 달 50만 원이면 엄청 궁상떨고 살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돈으로 해결하던 것들을 시간으로 해결하고, 욕심내서 먹고, 입고, 바르던 것들을 필요한 만큼만 해결한다. 노는 거는 공공시설, 도서관이나 복지관을 이용하고, 꼭 더 하고 싶은 것은 몇 달을 고민해서 구입한다. 그러면 한 달 생활비 100만 원이 거의 맞아떨어진다. 우스갯소리가 왜 아닌지 증명이 됐다. 아마 내가 경제활동을 다시 해서 돈을 벌면 또 100만 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은 무이자 할부라는 사탕발림에... 현금서비스 이자율 할인이라는 사탕발림에... 리볼빙 서비스라는 사탕발림에 미래를 저당 잡혀서 살았다. 그러다 안되면 모아놓은 적금 깨고, 진짜 안되면 마이너스 통장도 만들고 하면서... 퇴직하고 그전에 저질러 놓은 사탕발림들 다 처리하는데 반면 넘게 걸렸다.
돈을 벌든, 안 벌든, 직장을 다니든, 안 다니든 100만 원이 항상 부족하다면 이제는 어떤 삶이 더 행복한지 따져봐야 한다. 직장 다니면서 돈을 벌면 우리는 월급으로 시간을 사면서 산다. 하고 싶지 않은 일하느라 한 달간 고생했다고 주는 월급으로 말이다. 백수가 되면? 그것은 상상에 맡기겠다. 나는 9개월가량 백수가 되어보니 더 행복해졌다. 모든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채워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것인 줄 진작에 알았다면 더 잘 살았을 것을... 다만 나는 수입 0원일 때 필요한 100만 원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다. 그런데 이제 얼마 안 남았다. 통장은 이미 0원이고, 저기 묻어뒀던 주식과 신용금고 출자금이 이제 남은 전재산이다. 그 뒤는 일단은 캥거루 족이 되어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1년 신나게 잘 놀았다. 그걸로 됐다. 45년을 살아오면서 이만큼 자유롭고 행복한 적이 또 언제 있었냐 싶을 정도로 최고의 한 해였다. 아... 이제 추억으로 남기고 다시 돌아서 뛰러 가기 싫은데...
오드리 헵번의 'Moon River' 연주를 듣고 나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기타 배웠다. 'Moon River' 어설프게 코드 잡는다. 노래도 부른다. 아주 신난다. 한 곡 밖에 못해도 좋다. 기쁜 날엔 기쁘게 부르고, 슬픈 날엔 슬프게 부르면 된다. 책도 많이 읽었다. 항상 미루던 철학도 조금씩 손대고 있다. 글도 쓰고 있으니 그토록 원하던 삶을 1년 가까이 살고 있다. 돈 벌 때는 컴퓨터 게임이나 골프 같은 것이 재밌더니, 돈 안 버니까 쓰고 사라져 버리는 것들은 재미가 없어졌다. 돈은 안돼도 뭔가 남는 것들이 더 좋다. 어떻게 살든 100만 원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벌러 나가는 게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