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확실성과 확실성
H에게
-너의 00번째 생일을 축하해.
부딪히는 모든 일들이 뜻밖의 일이 될거라는 사실이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주더라. 이제껏 생각하지 않는 삶은 있을 수 없었어. 행동 하나, 말 한 마디 수십번을 곱씹고 곱씹다가 밖으로 나오는 건 겨우 열에 두 세 번. 모두에게 상처주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데, 상처주지 않으려고 상처를 주지 않을수도 없는데 조심스러웠던건지. 사실 지금까지 받았던 상처들이 많아 나만이라도 그러지 않으려했던 건지 그냥 미움받기 싫었던 건지. 생각해보면 그냥 남을 대하기 어려웠던걸지도 모르지.
삶의 불확실성을 밀어내면서도 반가운 이유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 속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겨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가끔 삶을 생각없이 사는게 나쁘지 않다는 것도 알지 못했겠지. 오랜 시간 머릿속엔 생각이 가득했고 그 생각을 놓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 그때까진 말이야. 극도의 피로와 과다한 업무에 떠밀렸을 땐 그 이외에는 그 무엇도 붙잡고 있을 겨를이 없었어. 그 일 외에는 생각하기를 관둔거지. 별 생각없이 그랬던건데. 아, 너무 머리에 힘을 주고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때 알았어. 인간관계에서도 일에 있어서도 생각을 그만두었을 때 오히려 더 잘 풀리기도 한다는걸 말야.
앞으로도 불확실성과 확실성 사이에서 계속해서 갈등하겠지. 어떤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예기치 못한 일들이 다가올거야. 그땐 그 변화에 그냥 너를 맡겨봐. 되돌아보니 남은 건 변화를 만드는 작은 균열뿐 그 당시의 당혹스러움을 점차 사라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