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느리게 본디 빠르기로
어느 한 시기엔
내가 아니게 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의지로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힘이 생긴다
그렇기에 나이면서 내가 아니게 된다
그 한때가 지나고 나면
언제나처럼의 나로 다시금 되돌아온다
그 시절의 나는 그랬지만
과연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나인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그 당시의 나를 잘 표현해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앉게 되는 자리는 매번 달랐지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충실했고 그것이 당연했다
자연스럽게 그랬으며 계속 그래왔다
누가 보기에도 좋아하고 잘 한다고 느꼈을만큼
그렇다면
계속 그 일을 계속 할 수 있겠느냐 한다면
아니,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도저히 그 때의 나로 해나갈 자신이 없어
그 모습이기에는 너무 지쳤다
다시 돌아갈 일이 없기에 더 열정적이었고
두 번이 아니었기에 온 힘을 끌어올 수 있었을 뿐
지나쳐 온 그 자리는 되돌아가기엔 너무 높고 가파르다
앎으로써 다시 하지 못할 용기를 얻기도 한다
정상을 오르고 난 뒤에 다시 돌아보지 않는 건
어쩌면 슬플지도 모르겠다
해온 일들이 사소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일들이라
그 일이 지금의 나의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스쳐지나간 일들은 사라지고 텅 빈 공간만 남는다
여느 때처럼 말이다
그렇게 본래의 나로 돌아온다
벗어날래야 벗어나지 못하는 나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