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외면한다고 해서 시작되지 않는 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누군가와 친해지려고 했던 과거와 달리
(물론 학교에 다닐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오랜 시간을 한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과 지내야했기에
친한 사람이 있었어야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굳이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옆 집에 사는 게 누군지도, 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게 누군지도
이제는 그다지 궁금하지도, 연을 만들 생각도 없다
그저 주어진 일에 더 열심히 하고 다른 곳에 시간을 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여기도 그렇고 저기도 그렇고 처음에는 생각처럼 혼자의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나 혼자만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효한 건 아니었다
벽을 쳤더라도 주변에서 다가오면 관계는 그때부터 시작되게 된다
혼자한 다짐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리는 것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물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또 다시 벽을 치는 건 자유이겠지만
처음 치는 벽과 다시 치는 벽은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일단 한 번 안면을 튼 이후로는 벽을 치고 무시하는 일은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을 부르면서 오히려 더 시간을 소비하게된다
사실 사람들과의 관계 맺는 일에 조심스러운 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인지 친해져도 되는 건지 단편적인 부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이 더욱 망설이게 만든다
그럴 바에는 그냥 모른 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