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역사라는 전공과 은행원이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물어볼 수밖에 없겠습니다."
최종면접의 최종질문이었다. 대기업 면접의 질문은 짧게 중요한 부분만 설명해야 한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질문에 그렇게 대답할 수 없었다. 쉽게 예상가능한 질문이었기에 면접 직전까지 준비하긴 했지만, 이 질문만큼은 면접관들을 납득시키고 싶었다.
나의 첫 하반기 공채는 이렇게 끝이 났다.
나의 마지막 공채도 그렇게 끝이 났다.
합격자 명단에 나의 이름이 있었고, 문자 메시지가 합격임을 알려주었다.
행복했다. 3개월 간의 시간은 정말 치열하게 흘러갔다. 취업준비생들 간의 소리없는 전쟁과 광탈의 아픔으로 지치기에 충분했다. 그 과정 속에서 수 차례의 '합격' 소식은 나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내가 최선을 향해 도전하고, 그 도전이 실패로 끝났을 때 차선을 고려할 수 있게끔 가능성을 열어준 시간이었기에. 그래서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해할 시간조차 사치였을까
며칠 뒤 바로 연수원으로 들어가야 했다.
남대문 앞에 위치한 은행 본점 앞에서 연수원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나의 동기가 될 동료들이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연수원을 향해 가는 버스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공허함을 느꼈다. 무언가.. 자유를 빼앗긴 느낌이랄까. 나의 자유는 이제 은행이 거머쥐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씁쓸해 하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동기들의 표정이 나와 똑같다.
혹시,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