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뛰어넘는 취업준비생의 하반기
"흔들리는 나무가지는 꺾이기 십상이다."
상반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아예 흔들리지 않도록 가지를 일정한 높이에서 잘라버리는 방법.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나무가 일정한 높이 이상 자라주길 바랄 순 없다. 또 한 가지 방법은 흔들리되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모진 환경에 내모는 것이다. 혹독한 환경을 겪은 나무 가지는 본래 자리에서 탈 없이 자라게 된다.
고민하던 나에게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
이 나무가지와 나의 처지가 얼마나 비슷한지, 대응 방식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만, 엄마는 내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바랐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브레이크를 걸고, 다가오는 기회들을 잡기로 결정했다. 취업 사이트에 가입하고 각종 기업 정보와 면접 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달력은 채용 마감일자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머리를 자르고 증명사진을 찍었다. 진정한 취업준비생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목표는? 딱히 떠오르는게 없었다.
"집안의 가장이니 연봉 높은 기업으로 가볼까?"
"대기업으로 가보지 뭐, 은행도 좋고"
드디어 전쟁같은 시간이 시작되었다. 골머리를 싸매며 자기소개서를 채웠고, 밤을 새워가며 하반기를 보냈다. 처음 마주한 하반기 공채 시즌이었지만, 나름대로 전략을 써서 그런지 순조롭게 기한을 채우며 발표날짜를 기다렸다.
첫 서류 통과는 공기업이었다. 첫 면접의 쓴 맛도 공기업이었고, 첫 탈락의 아픔도 공기업이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고리타분한 명언이 떠올랐다. 면접 경험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중소기업을 비롯해서 넣을 수 있는 회사는 전부 찔러 넣었다. 많이 넣은 만큼 면접의 기회도 많았다. 정말 가고 싶은 기업의 면접에서는 떨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면접 경험을 쌓기로 한 것이다.
전공이 또 한 번 실력을 발휘했다. 누가 문과대 취업준비생에게 "문송합니다"라는 비겁한 변명을 지어주었던가. 글 쓰기와 발표에 게을리하지 않았던 평소 습관이 나름 특출난 자기소개서를 만들어주었고, 발표 면접에서 남들과 차별화되는 강점이 되어주었다.
수 십 개의 서류가 통과되고, 수많은 면접을 본 결과
드라마처럼 은행 최종면접 하나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