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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석 Mar 31. 2016

주객전도(主客顚倒) 현상

가장이라는 중압감과 주변의 목소리

4학년이 되던 해에 중국으로 떠났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걱정이었지만, 하필이면 4학년 때 떠나게 되어 미래에 대한 일종의 강박을 안고 있었고, 마음 한 켠에는 항상 근심과 걱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교 4학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북경에서의 생활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열심히'였다. 열심히 여행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사람을 배우며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길렀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다. 사업에 실패해서 중국으로 건너 온 사람들도 있었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혹은 여행과 휴식이라는 소소한 목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즐거웠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싹도 함께 자라고 있었을 줄이야. 

그 당시 느꼈던 불안과 고민은 "내가 꿈을 이룰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길을 가도 되는 걸까? 나에게 적합한 옷일까?"였다. 즉, 나의 꿈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스스로를 다그친 것일까. 귀국하자마자 금융 자격증 시험과 중국어 시험을 치렀다. 게다가 국토대장정과 봉사활동에도 선발되어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고민할 시간도 없이 바쁘자.

하고자 마음 먹은 것들이 순탄하게 진행되면서 기존의 불안한 마음은 좋게 말하면 자신감, 나쁘게 말하면 욕심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어느 곳에 내세워도 뒤처지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소위 말하는 '8대 스펙'이 하나 둘 씩 채워지고 있었다. 스펙이 채워지면서 나의 불안함도 만족감으로 채워지길 바랐다.

한편으로는 졸업논문을 쓰면서 여전히 꿈을 좇는 청년이고 싶었다. 필수도 아닌 졸업논문에 목숨을 걸며, 가던 길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 속의 나는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 학생'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고 싶진 않았는데.."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던게 맞는걸까.."

무언가가 잘못 흘러가고 있었다.


주객전도(主客顚倒)현상.


항상 선을 바라보되, 차선도 고려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이 나를 차선만을 고집하는 현실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가족과 지인들의 취업을 권하는 목소리.

가장이라는 중압감과 주변의 목소리,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 내 꿈이 또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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