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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석 Mar 31. 2016

은행 직원에서 은행 고객으로

남의 탓, 상황 탓, 사회 탓을 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금요일은 그나마 일찍 퇴근하는 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은행 동기를 만났다. 서로의 얼굴에 피곤하니 건드리지말라는 무언의 경고장이 적혀있었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동기였기에 발길을 붙잡았다.

"맥주 한 잔만 하자"

서로의 지점 생활과 다른 동기들의 근황, 상사 뒷담화를 공유한 뒤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물었다.

"너는 은행원이 꿈이었어?"

그 동기는 나처럼 고등학교 시절부터 은행원이라는 특정한 꿈을 가지고 있었고, 나와는 달리 은행 입행을 무려 3년 동안이나 준비했다. 왜 은행원을 결심하게 되었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고객의 희망이 되겠다는 이상적인 이유에서일 수도 있고, 고수입이고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는 꿈을 위해 꾸준히 달려왔고, 지금도 달려가는 중이라는 점이다. 그는 입행이라는 목표를 이룬 뒤에는 힘든 연수원 스케줄에도 끝까지 남아서 공부를 했으며, 영업점 발령 이후에도 주말에 본사 독서실에 남아 업무를 숙지하곤 했다.

나에게 물었다.

"나의 꿈은?"

창피했다.

나는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충실한 노력을 투자했나?
남의 탓, 상황 탓, 사회 탓을 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답이 나오질 않았다. 이렇게 몇 개월, 몇 년이 지나면 내 꿈은 수 십년 멀어질 것만 같았다. 이렇게 안주할 수는 없었다. 내 꿈을 향해서 다시 움직여야 했고, 은행 문을 박차고 나왔다.

나는 다시 은행의 고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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