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짚어 보기
2020. 02. 23.
이 테마에 마지막으로 남겼던 글은 2016년 3월에 쓴 일종의 다짐 글이다. 꼬박 4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이 글의 내용을 보니 4년 전에 무엇이 고민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훤히 보인다. 자신의 말과 글 중에 은연 중에 반복되는 단어들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그것들을 알 수 있다고 한다.
2016. 03. 31.
나는 과거를 가르치는 역사 교사이자,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선생이 되고 싶다.
'무엇이 대한민국을 이렇게 내몰고 있는 것일까'라는 현실자각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정답 없는 고민을 나누며,
'내일은 더 행복할거야'라는 희망에 공감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제 꿈은 현실을 고민하고 공감하는 선생님입니다."
마지막으로 쓴 글에는 '꿈', '선생님', '걱정', '청춘' 등의 단어들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아마도 직장생활을 유지하다가 교사가 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해야했던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되었나보다. 구체적으로 당시 2016년에는 "꿈을 위해 달려야지", "청춘이니까 충분히 도전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말자" 등의 생각들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 동기부여 요소들이 없었다면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그 3년 간의 시간들이 없었을 것이다.
2020. 02. 07.
서울시 역사교사 임용 시험에 합격했다. 2차 면접은 01. 22. ~ 01. 23에 진행되었는데,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마지막 며칠은 제주도에 있었고, 발표날에는 한라산을 등반했다. 한라산 중턱에서 결과를 확인했다.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는 그때 그 순간의 감정은 기쁨보다는 안심이었다. 그리고 1년 동안 도움을 준 친구들과 엄마한테 전화했다. "고생했다",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축하 메시지를 보면서 조금씩 기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2주 후에 임용장을 받으며 정식으로 인사발령이 이루어졌다. 이제야 "교사가 되었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그리고나서 어떤 자세와 각오로 교육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딱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고, 그 생각의 끄트머리에 있는 교사상은 지금도 변함없이 존중받을 수 있는 교사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그저 열심히, 잘 실천하면 되는 문제이다.
2019. 03. 15.
목표하는 바를 이루었더니 새로운 목표는 물론이거니와, 그동안 포기했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수족관도 다시 들여놓고, 중국어도 다시 틈틈이 보고, 무엇보다도 어떤 형태와 공간이든 글을 쓰고 싶었다. 사실, 작년 이 맘 때즈음에는 대학원 졸업을 직면한 상태였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음먹고 시간 투자를 해서 글을 쓸 것인가, 임용고시를 준비할 것인가. 주변의 권유로 임용고시를 선택하긴 했지만, 그 때 당시에는 걱정이 많았다. 왠지 그때가 아니면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창한 글도 아니고 그저 나의 이야기를 담는 일이 왜 그렇게 의무적으로 다가왔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었던 듯 하다. 또, 온전히 글을 쓰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 붓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다. 아무튼 브런치를 다시 접속하면서 글을 쓰자는 취미이자 목표를 조금씩 이루어 나가기로 결심했다.
2020. 02. 23.
2016년 5월에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그 때는 중국어 수업을 하면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을 시기였다. 중국어 수업은 2015년 11월 경부터 시작했는데, 2016년 들어와서 중국어 수요가 높아지면서 수강생이 많아져서 굉장히 바빴다. 1:1 수업을 하루에 4-5개를 소화했는데, 그 중간에 짬을 내어 6일 동안 일본에 다녀온 것이다. 그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다녀오기까지가 나의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이외에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간 대부분의 시간은 굉장히 행복했다. 적어도 그 행복했던 시간들을 짚어가며 과거를 회상해본다면, 앞으로 새로운 행복을 맞이할 작은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