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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석 Mar 31. 2016

제 꿈은 현실을 고민하고 공감하는 선생님입니다

청춘을 바칠 수 있는 꿈

팀장이 말했다.

"자네는 이 회사에 청춘을 바칠 수 있나?"

주저없이 아니라고 말했다. 당장 이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고 가라앉는다면 서둘러 떠나야 한다. 아니, 나의 잠재력을 더욱 끌어올려줄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갑과 을의 관계가 대한민국 취업난이라는 현실 속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말아야 하는 현실.

옆에 타 은행 차장이 퇴직금 처리 문제로 내 창구 앞으로 왔다. 상반기에 수 천명이 반강제로 퇴직했다고 한다. 15년, 20년 동안 함께 했던 회사는 아무렇지 않게 직원들을 자르고, 직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린다.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는 현실.

사실, 청년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너무나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겪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수많은 모순 속에서 '인생' 혹은 '삶'이라는 단어를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살아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삶에 대한 불만을 넘어선 체념.

내 꿈이 대한민국의 현실을 겪으면서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까.
나는 내 꿈을 향해서 온전히 나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나에겐 여전히 진행형으로 끝나는 질문들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한 때는 치열하게 살게 하고, 한 때는 다른 길을 걷게도 했지만, 오히려 내가 가야할 길을 더 밝게 비추어주고 있다.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5년이 걸릴 수도 있고, 어쩌면 '꿈' 자체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소신껏 열정을 발휘한다면 적어도 후회는 덜하지 않겠는가.

대학원 합격 통보.

만화 <미생>을 그리고 있는 윤태호 작가의 말처럼 미래의 꿈이 단순한 직업으로 귀결된다면, 상당히 아쉬울 것 같다. 안정된 직업을 가지게 되면 수 십년을 일하게 되는데, 그 이후에는 꿈 없이 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꿈은 없을 수 있다. 다만, 꿈이 우리의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한 최고의 장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청춘은 꿈을 꾼다.
이 각박한 현실 속에서.
그것도 제대로 된 꿈을.

나는 과거를 가르치는 역사 교사이자,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선생이 되고 싶다.

'무엇이 대한민국을 이렇게 내몰고 있는 것일까'라는 현실자각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정답 없는 고민을 나누며,
'내일은 더 행복할거야'라는 희망에 공감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제 꿈은 현실을 고민하고 공감하는 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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