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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석 Mar 24. 2016

하루 전 예매, 당당하게 타이베이 비행기에 몸을 싣다

긴장과 설레임의 연속, 멋스러움과 옛스러움의 사이

하루 전 예매, 당당하게 타이베이 비행기에 몸을 싣다

옛스러움과 멋스러움의 도시 타이베이


흔히 여행은 떠나는 것보다 떠나기까지의 준비과정이 훨씬 즐겁다고들 말한다. 여행지에서 펼쳐질 무언가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밤잠을 설쳐가며 준비했던 날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여행을 결심한 날짜는 2015년 9월 29일 화요일 오후 4시 20분

비행기에 탑승 날짜는 2015년 9월 30일 수요일 오전 9시 15분


비행기 티켓과 숙박 에매만으로도 며칠이 걸리는 판국에 하루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속된 말로 '질러 버렸다'. 지금이 아니면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그 때 당시의 고민과 걱정들이 내 손가락으로 하여금 결제 버튼을 클릭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여행지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감보다는 두려움과 걱정을 가득 안은 채 떠나야 했다.



떠난 곳은 타이완의 수도인 타이베이. 나에게는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나라인 타이완은 북경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항상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부득이하게 시험 때문에 급하게 귀국하게 되어 인연이 닿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 인연의 끈을 붙잡고자 허겁지겁 달려든 것이다.


서두에 던졌던 질문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짜릿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두려움이라는 자리에 짜릿함이라는 감정이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마음 편하게 하루 전날 예매하고 떠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들보다 '언어'라는 장벽의 부담이 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짧게나마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운 덕분인 것이었다. 새벽까지 부랴부랴 짐을 싸고 잠이 들었다가, 5시에 일어났다. 씻고, 캐리어를 끌며 문 밖을 나서려는 순간 문자 한 통이 전송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항공사의 문자였는데, 태풍으로 인한 기상악화로 3시간이 딜레이되었다는 내용. 휴대폰을 던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출국 전 날에는 항상 휴대폰 문자부터 확인하자.


"언제 내가 공항에서 여유롭게 기다려보겠어?"라는 생각으로 바로 출발했다.

타이베이 여행, 시작부터 무언가 꼬이기 시작한다.



타이베이(台北, Taibei)는 타이완(台灣, Taiwan)의 수도다. 기본적으로 섬나라인 타이완은 타이베이(台北) 타이난(台南) 타이쭝(台中)으로 나뉘는데, 그 중 수도는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얼마전에 지진으로 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곳은 타이난 지역이다. 지진뿐 만 아니라, 실제로 다양한 자연재해가 타이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실, 여행을 떠날 때는 몰랐지만, 당시 한국에서도 태풍 피해로 인해 몇몇 시민들이 사망한 내용들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타이완 여행을 취소했다는 사실조차 타이완에 도착한 뒤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은 날 버리지 않았다. 함께 탑승했던 승객들도 비행기에서 내림과 동시에 타이완의 태양 빛을 느끼며, 화창한 날씨에 안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가장 먼저 피부에 와닿은 것은 날씨였다. 화창한 날씨와 더불어 뜨거운 열기가 나를 반겨주었다. 10월에도 30도를 웃도는 열기와 높은 습도는 금방 내 옷을 땀으로 흠뻑 적셔주었다. 아직 타이베이는 더웠다. 또 한 가지의 특징은 바로 한국인의 부재. 공항에서부터 야시장, 외곽 지역을 비롯한 타이베이 전 지역에서 한국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뉴스보도의 힘이 크긴 크구나"를 느끼면서 마음껏, 자유롭게 그리고 조금은 특별하게 타이베이 여행을 맞이하게 되었다.



공항에 도착했다. 나의 숙소가 위치한 곳이자, 교통의 중심인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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