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의 '친절한'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힐링의 시간 속으로
타이완으로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쁜 기억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한도전>의 아이템으로 사용된 '나쁜 기억 지우개'를 통해서 지워버린 것일까? 대부분의 여행 스토리가 긍정으로 시작해서 긍정으로 끝맺는다. 비결이 뭘까? 타이완의 음식이 맛이 있나? 숙식 비용이 저렴한가?
타이베이 타오위앤(桃園)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메인스테이션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선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른 도시는 아직 여행을 못 해봤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지만, 타이베이는 특히 여행하기에 정말 좋은 도시다. 여행하기 좋은 이유에는 물론, 타이베이 자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주요 관광지마다 이동 시간이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을 하지만, 무엇보다도 타이베이를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타이완 사람들은 한 마디로 친절하다. 그리고 세심하다. 나는 무엇보다도 중국 생활을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양국 간의 비교에서 오는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느껴졌다.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두 나라가 어떻게 달라도 이렇게 다르지?'라는 질문이 매일 떠오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타이완은 17세기 이후로 현재 중국의 소수민족 중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족이 상당수 건너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 백년 동안 중화권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의식주가 중국과 대동소이하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타이베이 시민들이 외국인들을 대하는 의식 수준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았다. 공항에서 메인스테이션으로 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짐 싣는 것을 도와주는 아주머니부터 뜨거운 더위에 당황하는 나를 보며 음료수를 건내준 대학생까지.
9월 말, 10월 초의 여행이 선선한 가을 바람과 함께 하기를 기원했던 나에게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열기와 섬 나라의 높은습도는 불쾌지수를 자극할 법도 했건만, 그 불쾌지수마저 타이베이 시민들에 친절함에 사라져버렸다.
하루는 새벽에 버스, 지하철이 끊겨서 걸어다니다가 자전거 대여를 발견했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따릉이'처럼 타이베이에서는 '요바이크(游Bike)'라는 이름의 자전거를 대여해주고 있다.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보니 꽤나 오래 전부터 자전거 대여 서비스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여행자들도 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카드를 발급받은 사람들에 국한되어 있으며, 처음에 등록하는 절차가 까다로워 쉽게 이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발을 동동 구르며, 계속 기계만 만지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타이베이 출신 동갑내기가 직접 등록을 도와주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나도 충분히 이렇게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외국인 여행자에겐 굉장히 좋은 볼 거리가 있다고 하더니, 타이완 총통부의 쌍십절(雙十節)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닌가. 나도 이 친구의 친절함에 홀려 무작정 길을 나섰지만, 이 친구의 의도는 나의 여행 일정이 쌍십절 전에 끝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념행사 리허설이라도 보게 해주려는 마음에서였던 것이다. 쌍십절은 10월 10일을 의미하는 타이완 최대의 기념행사로서 타국의 국경절에 해당한다.
그 동갑내기를 만난 시간은 새벽 2시. 그럼에도 나를 총통부 앞까지 데려다 주고 나를 기다려주었다. 나는 동갑내기 덕분에 그 야심한 새벽에 총통부 앞에서 각을 세워 전진하는 장병들과 대규모 악단의 악기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장관을 두 눈과 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여정에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사람으로 인해, 설레임 가득한 타이베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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