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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남동뱀딸기 Mar 09. 2024

그리운 고향 가는 길, 그리고 목포 코롬방제과점

그리운 고향, 목포에 가기 위해 부모님과 태백집을 나섰다.

아침 6시 40분에 출발해서 오후 12시 40분에 도착한 6시간의 대장정이다.

목포외가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합동기일을 지내기 위함인데, 작년 3월에 목포에 다녀온 뒤 1년 만의 귀향이다.



아침 5시 반쯤 일어나 머리만 겨우 감고, 밥 한 술에 감자조림을 비벼먹었다.

2박 3일 동안 집을 지켜야 하는 고양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데, 김양은 사람 가는 길마다 졸졸 따라다니며 몸을 비벼댔고 이미키는 의자 밑에 앉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분명 사람이 다 나가고 나면 우당탕 뛰어다니다 주방 싱크대에 올라가 이것저것 냄새를 맡고, 갑 티슈를 잘근잘근 씹어대겠지.

집 문단속을 철저히 한 뒤, 트렁크에 견공 깜지를 태우고 태백을 떠났다.

트렁크에 누워서 머리만 밖으로 빼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낸다


목포에 도착한 뒤 보험청구를 위해 전에 다니던 병원과 약국을 순회하며 각종 증빙서류를 뗐다.

그리고 그리운 우리 집, 호남동으로 가서 차 안에서만 바라보았다. 목포를 떠난 뒤로 차에서 내려 호남동을 밟지 못했다. 올해도 아직인가 보다.


일 년 새에 목포는 제법 많이 변했다.

무화과빵집도 생기고, 대반동의 모래가 흘러나가지 않게 바닷가를 막아서 지형이 약간 바뀌었다.


제일 충격인 건 코롬방제과점이 실내 리모델링을 한 것이다.

외관을 황금색으로 바꾼 것까진 좋았었다. 깔끔해지고 눈에 잘 뜨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실내 리모델링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원래 좌측이었는데 완전히 반대쪽인 우측으로 바뀌었고, 2층의 식사장소도 반을 줄이고 나머지반은 직원용 혹은 비품창고로 쓰는 듯했다.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씨엘비베이커리와의 다툼이고 뭐고 무조건 코롬방을 찾는 목포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굳이 코롬방제과를 찾는 것은 빵 맛 때문도 그 유명한 크림치즈바게트 때문도 아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먹기 위함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나 목포 시내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결혼 전의 부모님이 데이트를 했고, 학생시절의 나는 밀크셰이크에 빵 하나를 먹으며 숙제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어린 시절 친구들도, 이런저런 빵을 사러 방문하며 그래도 빵은 코롬방에서 사야지, 하던......

바뀐 매장에서는 예전의 흔적을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빵을 먹어도 어쩐지 허전했다.


불평을 말하게 된 김에 쓰자면, 실내 인테리어 이전에도 빵 때문에 약간 섭섭했다.

나는 코롬방의 시그니처가 생크림이라 생각하고, (전국 최초로 생크림빵을 만들었다.) 굳이 아침에 딱 한 번만 나오는 과일이 콕콕 박힌 자그마한 생크림빵을 먹으러 가는 사람이다. 바게트 중에선 마늘바게트를 사고, 공룡빵 외 코롬방에서 만든 샌드위치류를 즐겨 산다.

크림치즈바게트와 새우크림바게트로 유명세를 탄 것은 확실하나, 원래 만들던 빵들을 줄이면서 원하는 빵을 특정 시간에만 사게 된 게 슬플 때가 있다.(전엔 조각케이크도 몇 종 있었는데 이것도 종류가 줄었다)

수요가 적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으나...... 섭섭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여사장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라며, 코롬방제과점이 이사하는 일 없이 그 자리를 계속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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