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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남동뱀딸기 May 13. 2024

5월 연휴의 첫날, 해파랑길 29코스

이 코스가 최선인가요

5월 연휴 3일 동안 해파랑길 29~31, 34코스를 걷기로 구상한 뒤, 매우 기대가 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 그 먼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 지난번에 걸은 것도 너무나 힘들었었다. 계획대로 걷고 나면 지쳐서 출근을 못하게 될까 봐 걱정도 됐다. 하지만 이미 숙소도 전부 예약했으니 어쩔 수 없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배낭을 꾸리기로 했다.


지난번의 첫 해파랑길 걷기에선 선크림이 땀에 흘러내린 자국과 벌에 쏘인 것처럼 크게 부푼 물집 하나를 얻었다. 물집은 바다에 발을 담근 뒤, 습기가 남은 상태로 다시 걸었던 게 원인인 것 같았다. 일반양말을 신기도 했고......

무색에 보송한 스틱선크림을 챙기고, 얼굴을 완벽히 가려주는 모자를 썼다. 등산용 양말도 구입했는데, 착용 전 발뒤꿈치와 발가락에 바셀린을 듬뿍 발라주었다. 이 방법은 아주 효과가 좋아서 발에 아무 상처도 나지 않았고, 건조한 발이 매끈해지기까지 했다.


이번 여행은 이틀간 가족과 걷고, 마지막 날은 혼자 걸으려 했는데 온 가족의 스케줄이 맞아서 삼일 내내 가족과 함께 했다. 다만 마지막날 숙소는 취소할 수가 없어서 따로 숙박했다. 부모님이 음료와 음식을 전부 아이스박스에 쟁여오셔서 물값과 식비가 들지 않았다.


태백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정확히 6시에 집을 나섰다. 그리고 7시에 호산버스정류장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건 지 고작 2분 만에 정규코스가 공사 중이라 다른 길로 우회해야 했다. 순간 지난번 해파랑길에서 정규코스 공사로 인해 한 시간을 허비했던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공사구간이 평지였고 아주 짧았기 때문에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29코스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오르막길"이다.

읍내를 지나면 발전소를 지날 때까지 인도 없는 찻길로 걸어 올라가야 한다.

임원항 가는 길에 언뜻 저 너머 바다가 보이긴 했다.


임원항을 중간 거점으로 삼고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서니, 겹벚꽃이 아름다운 마을 길이 등장했다.

벚꽃은 이미 전부 져 있었는데, 이곳이 제일 좋은 구간이었다. 반드시 벚꽃철에 걸어야 하는 곳이다.


벚꽃길이 지나면 자그마한 마을이 나온다.

이 길을 걸으면서 느낀 점은 삼척의 시골집은 유독 깔끔하고 단정하고 아기자기하게 관리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생활하시는 공간이라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하고 계셨다.

이런 집들을 모두 지나 걷다 보면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사람도, 집도 없고, 데이터도 터지지 않는다.

더운 햇볕 밑에서 걷기는 상당히 힘든 길이었다. 이 산길이 연휴 동안 걸은 길 중 제일 힘들었다. 최근 허리디스크 통증으로 고생 중이라 더 힘들긴 했다.

산을 넘어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종점인 장호초등학교가 나온다.

분명 바닷가로 이동하는 코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임도만 있고 데이터도 터지지 않는 산을 넘어야 했다는 게 의아했다.

어쨌건 스탬프를 찍고, 미리 차를 타고 와 있던 아버지랑 합류해 점심식사를 했다.

바닷가에 가면 모래가 거슬릴 것 같고 그늘을 찾으러 가기 번거로워서 장호초등학교가 보이는 주차장 한 편에서 고기를 구웠는데, 참 맛있었다.

음식을 챙겨 와서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식사 후에는 용화해수욕장의 뜨거운 모래 위에 누워서 몸을 풀고, 지친 발은 차가운 바닷물에 식혔다.

고단한 일정 끝에 호사스러운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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