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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남동뱀딸기 Jun 12. 2024

자취생은 일부러 생선을 먹어야 해

자반고등어구이와 집 반찬

자취생은 생선을 먹을 일이 거의 없다.

기름정리가 힘들고, 생선냄새 환기 시키기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식을 하자니 생선구이나 조림을 먹으러 가는 일은 아무래도 드물다.


이번주는 꼭 생선을 섭취하겠다는 일념으로 금요일 밤, 잠들기 전에 냉동 간고등어 한 팩을 냉장실에 넣어두고 잤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분주히 움직였다.

북극곰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기에 아침엔 좀 더 자게 두고, 든든히 밥을 먹이고 싶었다.

빠르게 준비하려다 보니 과정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다.




우선 쌀을 씻었다.

첫 번째 물은 버리고, 두 번째 물은 식초 한 숟갈을 타서 고등어를 10분 담가 두었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서다. 마지막 세 번째 물에는 된장을 풀고 다시마와 말린 표고버섯, 감자를 넣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두었다.

깨끗하게 씻은 쌀은 30분간 불리는 시간을 두었다.


그다음 양파와 애호박, 두부를 썰고 팽이버섯을 먹기 좋게 찢어서 된장찌개 재료로 두고, 애호박 일부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소금간만 해서 푹 지졌다.

익은 애호박은 건져내고, 달궈져 있는 팬에 다진대파를 섞은 계란물을 풀어서 계란말이까지 완성했다.

이쯤 되니 된장찌개도 바글바글 끓어서 준비해 뒀던 양파와 애호박, 두부, 팽이버섯을 넣고 깊은 맛이 나게 계속 끓였다.


이제 고등어를 손질할 차례다.

지느러미를 가위로 잘라내고, 푸른 껍질의 가장자리를 더듬었다.

자세히 살피면 아주 얇은 비늘막이 있는데, 이걸 죽 뜯어내면 비린내가 잡힌다.

마지막으로 찬물에 헹궈주고 기름이 온 사방 튀는 참사를 최대한 막기 위해 키친타월로 물기를 꼼꼼하게 제거했다.


불린 쌀을 솥에 넣고, 손등을 대어 대강 물 양을 맞춘 뒤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물이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15분 두면 밥이 완성된다.

솥은 제 알아서 밥 하게 놔두고 프라이팬에 고등어의 푸른 등을 밑으로 가게 올렸다. 기름을 두르고 대파 흰 부분과 파란 부분을 큼직하게 넣어 함께 구웠다.

대파냄새로 비린내를 더 잡아보려는 것이다.

고등어가 골고루 다 구워졌을 때쯤 북극곰을 깨워 세수하고 오라고 명령했다.

북극곰의 아침단장이 끝나자 밥도 딱 완성됐다.


집에 있던 마늘종장아찌를 곁들여 든든한 아침식사가 마련되었다.

7월 초까지는 북극곰의 승진 관련 시험이 줄줄이 있다.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한동안 부지런히 밥순이를 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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