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의 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멋대로 Feb 02. 2021

<오늘의 술> 필스너 우르켈, 스타로프라멘, 부드바

체코 필스너 삼총사

'카스, 하이트, 오비, 테라, 클라우드,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칼스버그, 밀러...' 어디서나 찾아보기 쉬운 라거 맥주 브랜드다. 다양한 맥주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는 여전히 라거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고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런 라거에도 '원조'가 있다. 바로 체코 플젠 지방에서 유래한 필스너(Pilsner)다.

필스너는 투명한 황금색을 띤다. 영롱한 황금빛은 필스너의 상징과도 같다. 양조에는 ‘노블 홉’이라는 별칭을 가진 자츠(saaz)홉을 사용한다. 필스너 특유의 쌉쌀하면서 농후한 풍미를 부여하는 핵심 요소다. 한 모금 마셔 보면 쌉싸래한 맛 끝에 고소한 홉 향, 밥알을 오래 씹었을 때 느껴지는 단 맛이 남는다. 필스너가 가진 여러 특징을 덜어낸 지금의 페일 라거와는 맛의 지향점이 확연히 다르다.


체코 필스너 3대장


대세는 바뀌었지만 원조 필스너의 명맥은 끊어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국제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체코 현지 브랜드는 필스너 우르켈, 스타로프라멘, 부데요비츠키 부드바 정도다. 운 좋게도, 현재 세 가지 모두 국내에 들어와 있다.

필스너 우르켈은 국내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체코 필스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맥주를 즐겨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맛봤을 법하다. 우르켈을 잔에 따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코로 숨을 뱉어내면, 고소하고 쌉쌀한 홉 향이 퍼진다. 진하게 탄 보리차만큼 구수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쓴 맛이 꽤 짙은 편이어서 부담을 느끼기 쉽다. 그렇다면 스타로프라멘과 부드바를 권한다. 우르켈, 스타로프라멘, 부드바 순서로 쓴 맛이 덜하다. 스타로프라멘은 균형이 잘 잡힌 체코 라거다.  고소하고 풍부한 맛을 내지만 부담은 우르켈에 비해 적다. 부드바는 쓴 맛을 아직 즐길 자신이 없고, 필스너를 아예 처음 맛보는  사람에게 아주 적절한 맥주다. 쓴 맛이 확실히 적으면서도 필스너 특유의 풍미가 살아 있다. 미국 버드와이저의 원형이 된 맥주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가볍게 즐기고 싶지만 밍밍한 맛은 피하고 싶을 때는 부드바, 균형잡힌 풍미를 원한다면 스타로프라멘, 구수-하고 쌉싸름-한 정통 필스너가 땡길 때는 우르켈을 택하자. 진정한 술꾼이라면, 순서대로 모두 비워버려야 속이 시원하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술> 그랜드 올드 파 12년(구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