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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멋대로 Feb 07. 2021

<오늘의 술> 진저비어 하이볼 / 카우보이

제멋대로 스까먹기

오랜만에 하이볼이 땡겼다. 마트에서 분다버그 진저비어를 샀다. 진저비어는 진저에일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진저에일은 탄산수에 생강향과 단 맛을 때려 넣은 음료에 가깝고, 진저비어는 생강을 넣고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드는 음료라 한다. 숙성을 한 진저비어 쪽이 훨씬 진한 맛을 낸다. 가격도 더 비싼 편이다. 분다버그 한 병이 2000원 중반대다. 비싸다 싶었지만 한 모금 마셔보니 값어치를 못 하진 않는다. 뭘 섞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맛이 좋은 음료다.



잔에 아이스볼을 넣고 벤치마크를 먼저 따랐다. 그 위에 진저비어를 반 병쯤 부었다. 500ml 잔이 금세 가득 찼다. 아이스볼을 두 개나 넣은 탓이다. 마트에서 사 둔 레몬즙을 뿌리고 젓가락으로 잘 저어 한 모금 마셨다. 맛이 괜찮았다. 분다버그 자체가 사실 필살기였다. 안 그래도 맛이 좋은 음료라 실패하기 어렵다. 단점이자 장점은, 위스키 맛이 크게 안 난다. 편하게 마시기엔 아주 좋다.


남은 진저비어 반 병은 와일드 터키 101과 섞어 마셨다. 와턱 특유의 화한 느낌이, 음료에서 조금 튄다. 캐릭터가 숨겨지지 않는다. 내 취향에는 기주가 벤치마크인 쪽이 더 나았다.



다 마시고 갑자기 삘을 받았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데웠다. 버번과 우유를 섞은 칵테일인 ‘카우보이’를 따뜻한 버전으로 시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너무 데웠다. 김이 모락모락, 끓기 직전인 상태가 됐다. 뜨거운 우유에 벤치마크를 붓고 나서 보니 뭘 만들어버린 걸까 싶었다.


어떻게든 호호 불어서 마신 첫 모금은, 충격이었다. 그냥 알코올 맛이 나는 우유였다. 비율과 온도가 조금 잘못됐다는 생각에 찬 우유를 더 부었다. 그제야 조금 괜찮아졌다. 적당히 따뜻한, 그리고 아주 심심한 카우보이가 됐다. 크림을 쓰거나 시나몬 파우더를 뿌리면 꽤 괜찮은 맛을 낼 것 같다. 물론 둘 다 집에 없다. ‘집에서는 뭐든 어설피 먹는 맛’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남은 잔을 애써 비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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