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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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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멋대로 Feb 09. 2021

<오늘의 술> 짐 빔(Jim Beam)

'미국판 소주'로 통하는 저가 버번의 대표주자



남대문 주류시장에서 짐빔 화이트 1L를 샀다. 이제 버번만 다섯 병이다. 버번충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짐빔은  사실 별로 살 생각이 없었다. 전부터 좋지 않은 평을 많이 봐 와서다. 결국은 1리터에 남대문가 2만 원 초반이라는 가격 메리트에 넘어갔다. 경험치 쌓는 셈 치고 과감히 구입했다. 영 못 마실 수준이면 콜라든 탄산수든 섞어 마시면 된다. 짐빔 화이트 용도가 원래 그렇다.


짐빔 화이트 라벨은 저가형 버번 위스키의 대표격이다. 국내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버번 중 하나다. 거의 모든 대형 마트에서 취급한다.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칵테일 바 등 업장에서 위스키 칵테일용 기주로 많이 사용된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잔에 따라냈다. 막 따르고 난 뒤에는 듣던 대로 아세톤 향이 날뛰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강렬한 향은 반으로 줄었다. 버번 특유의 바닐라 향도 팡팡 터지기 시작한다. 한 모금 삼켜 봤다. 향과 맛이 굉장히 거칠다. 와일드 터키 101이 주는 거친 맛과는 다른 느낌이다. 대패질 안 된 목재 거스러미처럼 까칠하다. 가죽과 탄 나무 향이 상당하다. 맵고 얼얼한 느낌이 입에 오래 머문다.


마셔 보니 니트(스트레이트)로 못 마실 맛은 아니다. 벨즈에서 받은 충격에 비하면 양반이다. 단, 입에 남는 강렬함을 씻어낼 안주와 먹기를 추천한다. 알코올 부즈가 조금 튀고 뒷맛이 길게 남는다. 존재감이 옅은 음식은 묻힌다. 직화구이 고기나 훈연 소세지가 잘 어울릴 듯하다. 종합하자면 정돈되지 않은 맛은 분명하지만 취향 영역에 들어오는 위스키. 미국 소주라고 불릴 만하다. 상남자 스타일 자극충에게는, 더없이 좋은 가성비 버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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